'2달새 주가 2배' 삼양식품, 전인장 회장 쌍둥이 동생 20억대 수익

삼양식품 본사/사진=머니투데이 포토DB

전인장 삼양식품 (290,000원 ▲6,500 +2.29%) 회장의 쌍둥이 동생 전인성씨가 최근 삼양식품 주가가 단기 급등하자 지분을 대거 팔아 20억원대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드러났다.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전씨는 이달 10~14일 총 4차례에 걸쳐 삼양식품 주식 5만주를 평균 4만4728원에 장내 매각했다. 이번 매각으로 전씨가 거둔 수익은 22억 5167만원이다.


전씨는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 차남으로, 전 회장의 쌍둥이 동생이다. 2015년까지 삼양식품 이사로 재직했으나 이후 개인 사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씨는 2011년에도 나가사끼 짬뽕의 인기 덕에 삼양식품 주가가 급등하자 1주당 평균 5만5420원에 매각, 16억2380만원의 현금을 손에 쥐기도 했다.

전씨가 지분 매각에 나선 것은 최근 삼양식품 주가가 이례적으로 급등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양식품 주가는 올 상반기 2만3000~2만6000원 박스권을 형성했지만 8월 말부터 상승세로 돌아서 전씨가 지분을 매각할 즈음인 10월 초엔 4만8900원까지 치솟았다.


최근의 주가급등은 이례적이라는게 업계 평가다. 실적 측면에서 삼양식품의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대비 300.7% 상승한 82억원을 기록한 것이 호재로 작용했다. 하지만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환급 받은 과징금(27억원)이 반영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적만으로 주가급등을 설명하기에는 다소 부족하다. 삼양식품 역시 한국거래소 유가시장본부의 조회공시 요구에 "중요한 사항이 없다"고 답변했다.

전씨가 고점에 주식을 팔아치우며 현금을 챙기는 사이 형 전인장 회장은 주가가 저점을 찍을 때마다 지분을 사들이는 수완을 발휘했다. 전 회장은 지난해 12월 주가가 2만3000원대로 떨어지자 장내에서 주식 1만주를 매입했다. 올 2월에도 1주당 평균 2만5849원에 2만9750주를 추가로 사들였다. 주가가 급등하기 직전인 지난 8월17일에도 1주당 2만7600원에 1만4169주를 샀다.

일각에선 전 회장의 주식 매입이 모친 이계순 여사의 주식매각과 맞물려 편법 승계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8월17일 이 여사는 삼양식품 주식 1만7100주를 장내매각했는데 매각 당일 전 회장이 1만4169주를 장내매수 했고 전 회장의 부인 김정수 삼양식품 사장도 이튿날 18일 3000주를 매수했다.

지난해 12월24일에도 이 여사가 1만주를 장내 매각하자 전 회장이 동일한 수량의 주식을 사들였다. 당시 주당 가격은 2만3000원이었다. 주가가 저점을 찍은 사이 장내거래를 활용해 절묘하게 지분 상속이 이뤄진 셈이다.

현재 그룹 경영권은 전 회장이 쥐고 있지만 정작 삼양식품 지분율은 상반기 기준 2.64%로 동생 전씨(4.36%)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경영권을 쥔 전 회장이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이는 이유다. 그나마 이번 매수로 전 회장 2.82%, 전씨 3.69%로 격차가 줄어들었다.

물론 전씨의 지분이 전 회장보다 많더라도 경영권을 위협할 정도는 아니다. 전 회장은 삼양식품 지분 33.26%를 들고 있는 내츄럴삼양을 통해 그룹을 지배하고 있다. 내츄럴삼양은 김정수 사장(42.2%)과 전 회장(21.0%), 전 회장 아들 전병우씨가 지분 100%를 갖고 있는 비글스(26.9%) 등이 주주인 가족회사다.

삼양식품 관계자는 "전씨의 경우 2015년 이사에서 물러난 이후 대주주라는 것외에 회사와 관련된 일을 하지 않고 있다"며 "전 회장 일가의 주식거래는 개인적인 부분이라 회사 차원에서 언급하기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