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배우처럼 찍는다", 2030 '데이트 스냅' 인기

데이트 스냅 사진(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사진=내일투어 제공

20대 후반 여성 김모씨는 최근 서울 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남자친구와 데이트 스냅 사진을 찍었다. 만난 지 1주년 기념이다. 사진작가 촬영은 처음이라 포즈를 취하는 데 어색했지만 재밌는 추억이 됐다. 김씨는 "그동안 둘이서 제대로 찍은 사진이 한 장도 없어 데이트 스냅을 찍게 됐다"며 "연예인처럼 멋있는 사진을 갖게 돼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젊은 연인들에게 데이트 스냅(snap)이 인기를 끌고 있다. 스냅이란 재빠르게 순간을 촬영해 자연스러운 동작이나 표정을 잡아낸 사진을 의미한다. 데이트 스냅은 연인이 일상적으로 데이트하는 모습을 찍은 사진이다. 일상을 촬영한 듯 하지만 결혼 전 촬영하는 웨딩 사진처럼 고급스러운 느낌이 강하다.


데이트 스냅은 스마트폰으로 자신을 찍는 '셀카'가 아니라 사진작가가 촬영해준다는 점이 특징이다. 사진 수준도 연예인 화보 못지 않다.

데이트 스냅은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공유된다. 대표 사진·동영상 공유 SNS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데이트 스냅'은 20만건이 넘는다. 데이트 스냅과 유사한 의미인 '커플 스냅' 게시물도 10만건에 달한다. "예쁘다", "나도 해보고 싶다"는 댓글이 줄을 잇는다.

가격대는 1시간에 4만~15만원으로 다양하다. 보통 2시간 정도 촬영하니 최대 30만원이 든다. 사진은 50장에서 200장까지 제공된다. 사진 파일은 이메일 등으로 전달받는다.


데이트 스냅은 젊은 연인들에게 적지 않은 비용이다. 20대 후반 남성 박모씨는 "비싸긴 하지만 사진은 평생 남는 것이니 아깝지 않다"며 "한 번쯤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데이트 스냅 촬영 장소는 서울에서는 신사동 가로수길·삼청동·어린이대공원·올림픽공원 등이 인기다. 부산이나 제주도·전주 등 국내 여행지는 물론 하와이·일본·동남아 등 해외에서 촬영하는 경우도 있다.

데이트 스냅 촬영 작가 지모씨는 "고객 대부분이 20대 커플"이라며 "가을 막바지라 이번 달은 예약이 거의 다 찼다"고 밝혔다.

20대 트렌드를 분석하는 '대학내일20대연구소' 임희수 연구원은 "데이트 스냅을 비롯해 친구들끼리 찍는 '우정 스냅', 개인 사진을 찍는 '인물 스냅' 등이 20대에게 유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데이트 스냅의 유행 배경으로는 '사진 기술 대중화'가 꼽힌다. 임 연구원은 "고사양 카메라에 진입 장벽이 낮아지고 사진 보정 기술도 대중화되면서 전문가가 아닌 아마추어 1인 사진작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아마추어 작가의 등장으로 가격대가 낮아져 20~30대도 전문적인 촬영에 쉽게 접근할 수 있게 됐다는 설명이다.

20~30대는 자기 표현 욕구가 강하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임 연구원은 "데이트 스냅뿐 아니라 친구들과 찍거나 혼자 찍는 사진도 인기"라며 "자신을 좀 더 매력적으로 표현하고 싶은 욕구에 따라 데이트 스냅 수요가 증가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