故백남기 부검영장 강제집행, 경찰-유족 충돌우려

머니투데이

김훈남 기자

23일 오전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앞에서 백남기 투쟁본부 관계자 등 시민들이 경찰의 부검영장 강제집행에 대비해 입구를 지키고 있다/사진=김훈남 기자

경찰이 지난해 11월14일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투병 끝에 숨진 고(故) 백남기씨에 대한 부검 영장을 강제집행하기로 했다.

유족 측은 부검을 반대하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서울 종로경찰서는 23일 오전 10시부터 서울 연건동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안치된 백씨 시신에 대한 부검영장을 집행한다고 밝혔다.

홍완선 종로경찰서장이 오전 10시 서울대병원을 찾아 유족 측 변호사 등과 집행 절차 논의를 시도했다. 유족 측이 여전히 부검을 반대하고 있어 경찰은 1시간 후에 협의 시도를 계속하기로 한 상태다.

홍 서장은 이날 서울대병원에 도착해 "유족의 동의를 구하고 협의하기 위해 계속 노력하겠다"며 "가급적 물리적 충돌은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경찰은 부검영장 집행 관련해 현장에 형사 80여명을 투입했고 우발 상황에 대비해 경비경력 10개 중대 800여명을 배치했다.

앞서 경찰은 백씨가 숨진 이후 정확한 사인규명이 필요하다며 부검영장을 신청했다. 부검영장은 법원에서 한차례 기각된 끝에 부검 장소와 절차 등에 대해 유족과 협의한다는 조건으로 지난달 말 발부됐다.

경찰은 그동안 부검영장 집행 협의를 위해 종로경찰서장(총경), 서울지방경찰청 수사부장(경무관) 등 지휘부가 직접 유족을 찾았으나 유족은 협의를 거부했다.

유족은 '물대포 살수'라는 사인이 명백한 만큼 부검이 필요 없다는 입장이다. 경찰이 굳이 부검을 하려는 이유는 사인을 다른 이유로 몰고 가려는 저의가 있다고 의심한다.

강제 집행을 한다면 경찰과 유족 측의 충돌은 피하기 어렵다. 유족 측은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백씨 시신 지키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한선범 백남기 투쟁본부 언론팀장은 이날 "분명히 유족이 부검을 원하지 않고 있고 사인이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부검하려는 경찰의 시도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있는 힘을 다해 막을 것"이라고 밝혔다.

투쟁본부는 시민들의 동참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서울대병원에는 투쟁본부 관계자와 시민사회단체 소속 회원 등 500여명의 시민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