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미르·K스포츠 의혹' 풀어낼까…김형수 前이사장 소환

/사진=뉴스1

미르재단 이사장을 지낸 김형수 연세대 교수가 23일 검찰 소환 조사를 받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 등을 둘러싼 의혹을 풀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서울중앙지검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는 이날 오후 1시부터 김 전 이사장을 참고인 신분으로 불러 조사를 진행 중이다. 검찰은 김 전 이사장이 미르재단 초대 이사장으로 초빙됐던 만큼 미르재단 설립 당시와 초기 운영 과정을 잘 알고 있을 것으로 보고 불거진 의혹 전반을 확인할 방침이다.

지난해 10월 미르재단이 출범할 때 이사장으로 초빙된 김 전 이사장은 광고감독 차은택씨(47)의 대학 은사로, 차씨의 추천으로 이사장에 초빙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그는 미르재단 등을 둘러싼 의혹이 본격적으로 불거진 지난 9월 사임했다.

차씨는 현재 미르재단 설립과 운영에 핵심적 역할을 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그는 비선실세 의혹을 받고 있는 최순실씨와 각별한 관계인 것으로 전해진다. 차씨가 현 정부 들어 각종 정부사업을 수주하는 등 세를 확장하는 데 최씨가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도 있다. 특히 두 사람이 미르·K스포츠재단을 실질적으로 좌우했다는 의혹도 제기된 상태다.

이에 검찰은 김 전 이사장을 상대로 미르·K스포츠재단을 둘러싼 광범위한 의혹과 관련해 최씨와 차씨의 개입 여부 등을 집중 규명할 계획이다. 검찰이 김 전 이사장을 상대로 중요한 진술 등을 얻어낼 수 있다면 수사는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800억대 기금 마련 의혹 뒤에 숨은 '최순실 게이트'에 한걸음 더 다가설 수 있다는 점에서다.


그러나 김 전 이사장은 해당 의혹과 자신의 관련성을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검찰에 출석하면서 "학생들에게 부끄러운 점이 하나도 없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김 전 이사장 외에도 김필승 K스포츠재단 이사와 K스포츠재단을 담당했던 전임 문화체육관광부 과장 1명을 불러 조사한다. 검찰은 K스포츠재단이 최씨의 딸인 승마선수 정유라씨 훈련 지원을 위해 설립됐다는 의혹과, 두 재단 설립 인가 과정에서 문체부가 특혜를 준 것은 아닌지 등에 대해서 확인할 방침이다.

미르·K스포츠재단은 전국경제인연합회가 800억원 상당을 출연해 설립한 단체다. 전경련이 대기업들로부터 단기간에 이 같은 규모의 출연금을 조성하고, 문체부가 두 재단 설립 허가를 하루 만에 처리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강압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다.

최씨와 차씨를 비롯해 두 재단을 둘러싼 의혹의 핵심 인물로 지목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 허창수 전경련 회장 등은 현재 검찰에 고발된 상태다.

검찰은 주말 사이 전경련 직원들과 문체부 관계자들, K스포츠재단 초대 이사장을 지낸 정동구 한국체대 명예교수와 미르재단 실무자 등을 불러 조사하면서 수사에 속도를 내고 있다. 검찰은 독일에 있는 것으로 알려진 최씨에 대해 입국시 통보 조치하고 두 재단 관계자 10여명을 출국금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재단 관계자들의 통신 내역도 조회하고 있다.

검찰은 주말에 소환한 참고인들에 대한 조사를 마무리짓는 대로 전경련 관계자들과 두 재단에 자금을 댄 대기업 관계자 등을 불러 모금 과정에서 부당한 압력 등이 있었는지 확인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