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단에서 미술계로…성폭력 고발 일파만파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큐레이터가 22일 게재한 사과문/사진=함영준 에버노트 캡처

박진성 시인, 박범신 소설가 등 일부 문인들의 성폭력 고발이 미술계로 번졌다. 함영준 일민미술관 책임 큐레이터는 자신에 대한 성추행 고발이 이어지자 22일 "모든 직위를 정리하겠다"고 밝혔다. 출판사 '워크룸프레스'는 "함씨가 속한 '도미노 동인'이 기획한 '도미노 총서'의 발행을 중단한다"며 "피해자의 용기에 지지와 연대를 더한다"고 밝혔다.

함씨는 다수의 여성이 자신에게 성추행 등을 당했다는 증언과 고발이 이어지자 "미술계 내에서 저의 지위와 권력을 엄밀히 인식하지 못하고 특히 여성작가를 만나는 일에 있어 부주의했음을 인정한다"며 "불쾌함이나 압박을 느끼셨을 작가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함씨는 "특히 신체 접촉이 이루어진 부분에 대해 깊이 사죄하고 후회한다"며 "이 부분은 마땅히 단죄되어야 할 질 나쁜 행동이었음을 뼈저리게 자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여러 지면을 통해 평소 페미니즘을 옹호하는 자세로 일해왔으나 실상 그렇지 못한 삶을 꾸려온 점에 대해서도 사과드린다. 이 부분에 있어 위선적이었음을 인정한다"며 "제가 가진 모든 직위를 정리하겠다. 현재 저와 진행 중인 모든 프로젝트를 최대한 빨리 정리한 후 그만두겠다"고 했다.

앞서 21일 자신을 예술대학에 재학 중인 21세 여성이라고 밝힌 A씨는 성추행 등을 당했다는 글을 공개했다.


A씨는 SNS로 알게 된 함씨가 작업이야기를 듣고 싶다며 자신을 불러냈고 차에 타자 손과 다리, 어깨 등을 만졌다고 밝혔다. 성희롱 발언도 계속됐다고 폭로했다.

A씨는 이후 친구들과의 술자리에서 또 다른 피해자가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저 말고도 동일인에게 피해를 받은 사람이 많이 있고, 지금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또 다른 피해자들이 계속 발생할 것만 같아 어렵게 글을 올린다"고도 했다.

트위터이용자 B씨는 22일 함 큐레이터에 대해 "사실 그는 대학에 다닐 때부터 그런 쪽(성추행)으로 더러웠고 유명했다"며 "대학교 술자리였다. 나는 만취했고, 눈을 떠보니 누군가의 집이었고 불이 꺼진 상태에서 누군가의 손이 XX 속으로 들어와 있었다"고 폭로했다.

그는 "(함씨가) 페미니스트라고 OO일보에 기고했을 때 정말 기가 찼다"며 "주변에서 비슷한 사례와 소문이 들려왔다"고도 덧붙였다. 함 큐레이터에게 피해를 입은 여성들은 이날 오후 일민미술관 앞에서 항의 시위를 열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