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무중' 기업은행장, 누가 되냐고?

금융공기업 CEO 인선 전반 라운드가 사실상 마무리됐다. 9월말 임기였던 한국거래소 이사장과 신용보증기금 이사장 인선 작업은 이변없이 끝났다. 11월 17일 임기가 만료되는 홍영만 캠코(자산관리공사) 사장의 후임 인선도 마무리 단계다.

IBK기업은행_로고

거래소 이사장 자리는 정찬우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이 차지했다. 황록 전 우리파이낸셜 사장은 신보 이사장으로 갔다. 캠코 사장은 문창용 기획재정부 전 세제실장이 유력하다. 전반 라운드 성적을 종합해보면 기재부 1명, 금융위 1명, 민간 1명이다. 고른 안배다.

이제 남은 관전 포인트는 두 곳이다. 당장 금융권의 관심이 쏠리는 곳은 IBK기업은행이다. 12월말 임기가 끝나는 권선주 IBK기업은행장 후임을 두고 한창 ‘설’이 무성했다가 최근들어 잠잠해졌다. 한때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조용히 사라졌다. 금융권 고위 인사는 “(가능성이) 완전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재 상황은 ‘오리무중’이다. 그 흔한 하마평도 잘 나오지 않는다. 괜히 이름이 올랐다가 얻어맞고 ‘낙마’하는 것보다 물밑에서 분위기를 보자는 기류 때문인 듯 하다.

외부 유력 인사가 배제되자 금융권에선 내부 승진 가능성도 조심스레 나온다. 한두명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하지만 금융당국 주변의 생각은 다르다. 한 인사는 “내부 승진을 두 번 연속했다”며 “외부의 시각이 필요한 때”라고 말했다. “내부에 마땅한 인물이 없다”는 말도 한다.

이는 고위 관료의 이른바 ‘낙하산’ 가능성으로 이어진다. 연말연초 개각과 맞물려 연쇄 이동이 있을 수 있다는 설과도 맞물린다.

하지만 ‘현기환 배제’처럼 관료도 배제될 것이라는 관측이 오히려 우세하다. 현 정부 들어서도 낙하산 논란이 여전했지만 내용은 이전과 사뭇 달랐다는 이유에서다. 한 관료는 “현 정부들어 진행된 금융권 인사의 흐름을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국책은행을 비롯 사실상 은행 기능을 하는 곳은 철저히 민간 위주로 채웠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실제 산업은행의 경우 홍기택 전 회장과 이동걸 현 회장 모두 민간 출신이다. 이덕훈 수출입은행장도 금융권 인사다. IBK기업은행장도 내부에서 발탁했다. 신용보증기금 이사장(서근우·황록)도 2명 모두 민간 금융권 인사다. 박근혜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과인지 확인할 수 없지만 기조는 명확해 보인다. 차기 기업은행장으로 민간 출신 금융인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다. 이 기조가 재확인된다면 내년 기술보증기금 이사장, 수출입은행장 등의 인선 방향도 가늠할 수 있다.



또다른 관전 포인트는 증권예탁원이다. 11월 임기가 끝나는 유재훈 예탁원 사장이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행을 밝히면서 임원추천위원회를 일찌감치 구성했다. 하지만 행보는 매우 더디다. 캠코보다도 늦다. 유력 후보가 없는 게 주된 이유다. 자기 몫이라고 생각하는 금융위지만 선뜻 나서는 사람이 없다보니 ‘자리 따내기’를 벌이는 데 한계가 있다. ‘쿠션 치기’ ‘밀어 치기’ 등 다양한 전략을 구상하지만 작전 수행이 쉽지 않다고 한다.

금융위 1급들의 거취와 직결되다보니 더 그렇다. 실제 예탁원 사장 자리가 금융공기업 CEO 한명 인선으로 끝나는 게 아니다. 금융위 1급은 물론 금융위 전체 인사 그림을 새로 그리게 한다. 금융위가 머뭇거리는 틈을 기재부가 노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