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난 베네수엘라…국채 투자는 대박?

베네수엘라가 대담한 채권 투자자들의 유망한 투자처로 떠올랐다. 이 나라 경제는 곤두박질치고 있지만 올해 국채 투자수익률이 46%에 달하기 때문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채권 투자자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베네수엘라로 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베네수엘라는 사상 최악의 경제난을 겪고 있다. 성장률이 지난해 -5.7%에서 올해 -10%로 떨어질 것이라는 게 국제통화기금(IMF)의 전망이다. IMF는 최근 이 나라의 올해 물가상승률 전망치도 480%에서 700%로 높여 잡았다.

상황이 이런데도 베네수엘라의 국채 투자수익률은 올 들어 지난 주말까지 46%로 신흥시장 최고치를 기록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재정난으로 식료품과 의료품 등을 수입하는 데 애를 먹으면서도 연간 수십억달러 규모로 달러빚을 계속 상환하고 있다.

투자자들의 반응은 엇갈린다. 베네수엘라에 투자를 늘리는 쪽이 있는가 하면 디폴트(채무불이행)를 우려해 베네수엘라에 등을 돌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펀드정보업체 모닝스타에 따르면 피델리티인베스트먼트가 보유한 베네수엘라 정부와 이 나라 최대 국영 석유회사인 PdVSA가 발행한 채권을 최소 18억달러어치 보유하고 있다. 피델리티의 신흥시장펀드는 전체 자산의 7%를 베네수엘라 채권에 투자해 올해 16.7%의 수익을 냈다. 경쟁 뮤추얼펀드의 평균 수익률보다 3%포인트가량 높은 것이다.

62억달러를 운용하는 T로우프라이스의 신흥시장 채권펀드도 9월 말 현재 전체 자산의 7.9%를 베네수엘라 채권에 투자했다. 대개 올해 만기가 돌아오는 PdVSA의 채권에 투자해 17.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반대편에선 우려도 나온다. 한 예로 PdVSA가 최근 단기 채권 투자자들에게 보유하고 있는 채권을 2020년 만기 채권으로 교환하는 게 어떠냐고 했더니 절반밖에 응하지 않았다. PdVSA가 발행하는 채권은 사실상 베네수엘라 국채로 인식된다. 이 나라 국채의 절반이 PdVSA가 발행한 물량이다.

추세를 거스르는 '역발상' 투자전략으로 유명한 마이클 하젠스탑 프랭클린템플턴 부사장 겸 CIO(최고투자책임자)는 "베네수엘라가 어떻게, 왜 외채를 갚으려 하는지 미스터리"라고 말했다.

하젠스탑이 이끄는 420억달러 규모의 템플턴글로벌 채권펀드는 이미 2014년에 베네수엘라 국채를 모두 처분했다.

베네수엘라는 내년 말까지 150억달러 규모의 국채 만기를 맞는다. 현재 외환보유액은 120억달러로 이를 갚기엔 턱없이 모자란다. 이 나라 정부와 PdVSA가 발행한 국채는 650억달러어치에 이른다. 디폴트 우려가 클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베네수엘라에 베팅하는 이들은 이 나라 정부가 외채를 계속 갚을 것으로 본다. 그렇지 않으면 최근 경제난으로 인기가 떨어진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의 생명줄과 마찬가지인 유조선 같은 해외자산을 채권자들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것이다.

제임스 크레이그 스톤하버인베스트먼트 신흥시장 책임자는 "(마두로 대통령에게) 디폴트의 대가가 이익보다 훨씬 크다"며 "그들도 이를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베네수엘라 정부가 달러 빚을 갚느라 기반시설 유지, 식료품 등에 대한 보조금 지급 등을 중단하면서 사회불만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현지 조사에 따르면 쌀 1㎏의 가격이 간호사나 교사 주급의 4분의 1에 달한다. 식료품 가격이 폭등하면서 베네수엘라인 절반 이상이 끼니를 거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베네수엘라의 정권 교체 가능성에 베팅하는 움직임도 나타난다. 정권 교체에 따른 개혁 바람에 베네수엘라 자산의 가치가 재평가받을 수 있다는 전망에서다. 베네수엘라는 마두로 대통령의 전임자인 우고 차베스 시절에 IMF와 연을 끊었는데 정권이 바뀌면 IMF의 지원 아래 개혁에 더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