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서 견제 대상된 韓종이, 좁아진 수출길에 제지업계 '속앓이'

국내 제지업계가 점점 좁아지는 수출길에 속앓이를 하고 있다. 수요 증가를 뚜렷이 기대할 수 없는 내수 시장에 대한 돌파구를 해외에서 찾고자 했지만 주요 수출국에서 한국산 종이제품에 대한 수입규제가 빈번해지면서 이마저도 녹록지 않게 돼서다. 제지업계에서는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수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현재 한국산 종이에 대해 3개 국가에서 4건의 세이프가드가 발동 중이거나 발동이 확정된 데 이어 2개 국가에서 반덤핑 관세 부과를 조사가 추가로 진행 중이다. 세이프가드는 특정 품목의 수입이 급증해 국내 업체에 심각한 피해 발생 우려가 있을 경우 수입국이 관세인상이나 수입량 제한 등을 통해 수입품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있는 무역장벽의 하나로, '긴급수입제한조치'라고도 불린다. 반덤핑 관세는 부당하게 낮은 가격으로 수출된 제품으로 수입국 산업이 피해를 입었을 때 수입국에서 부과하는 것으로 자국 산업 보호를 위해 해당국 정부가 취하는 대표적인 무역 조치다.

현재 세이프가드 적용을 받고 있거나 적용이 확정된 한국산 종이는 '라이너지', '신문용지', '도공지·판지', '벽지' 등 4종이다. 구체적으로는 2011년 7월 한국산 라이너지에 대해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필리핀이 2013년 11월 이를 한 차례 연장해 시행 중인 가운데 오는 11월 재연장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필리핀은 2015년 5월 한국산 신문용지에 대해서도 세이프가드 판정을 내리고 3년간 세이프가드를 발동한 상황이다.

터키는 2015년 8월부터 한국산 벽지에 대해 3년간 세이프가드를 발동했고, 그 다음달인 9월에는 인도네시아가 한국산 도공지·판지에 3년간 세이프가드를 발동, 적용 중이다. 국내에서도 수요 감소가 특히 두드러지는 이들 지종을 해외에 수출함으로써 내수 부진에 따른 경영난 타개를 노렸던 제지업체들이 울상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아울러 파키스탄과 EU에서는 각각 올 1월과 2월부터 한국산 백판지와 감열지가 자국으로 덤핑 수입됐는지 여부를 조사 중이다. 조사 결과 한국의 제지업체들이 덤핑 판매를 한 것으로 판정되면 반덤핑관세를 부과한다는 방침이다. 최종 결과는 이르면 올해 안으로 나올 예정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외 국가들의 수출 전략이 다변화되면서 한국산 종이에 대한 견제도 심화되고 있다. 중국은 최근의 공장 증설에 따른 과잉공급 물량을 수출로 해소한다는 방침 아래 저가 물량공세를 펼치고 있고 일본은 '엔저' 현상을 틈타 내수 중심에서 수출 확대로 전략을 수정해 해외시장 공략에 적극 나선 상태다. 풍부한 산림자원을 기반으로 펄프, 제지산업에서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는 인도네시아의 공세 역시 만만치 않다.

이처럼 만성화된 내수 부진에 수출 환경까지 나빠지면서 내우외환을 겪고 있는 제지업계는 정부 차원의 보다 적극적인 수출 지원책이 마련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생산량의 30%가량을 수출할 정도로 국내 제지업계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한 상황이고 이 비율이 점점 높아지는 추세인 만큼 국가간 관세 양허를 위한 정부 차원의 국제 협상력 발휘 등 적극적인 지원책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