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성장 온라인 쇼핑몰 '통곡의 벽', PB시장

고속성장 중인 온라인 쇼핑 업계가 계속 두드려도 쉽게 열리지 않는 문이 있다. PB(자체 브랜드) 시장이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대형 오프라인 유통업체에게 PB가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 했지만 온라인 쇼핑 업계는 오랜 도전에도 불구하고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다.

2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이베이코리아와 티몬이 아웃도어 패션 PB '타키'와 식품 PB '진짜' 시리즈를 론칭한데 이어 이달에는 SK플래닛 11번가가 패션 PB '레어하이'를 새롭게 선보였다.


이들의 잇따른 PB 론칭은 생활용품이나 애완용품 등 틈새시장이 아닌 대형 유통업체들과 경쟁해야 하는 패션, 식품 분야에 집중돼 있어 어떤 성과를 낼 지 주목된다. 11번가 관계자는 "제품 차별화와 고객 혜택을 위해 PB 상품 개발을 꾸준히 추진해 왔다"며 "식품에서 패션으로 확장된 11번가 PB 진화는 계속될 것"이라고 밝혔다.

안정된 품질에 상대적으로 저가인 PB 상품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비)를 중시하는 소비 트렌드에 부합해 소비자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업체들도 일반 브랜드 제품 대비 평균 3~5% 가량 마진이 높고, 로열티 등 추가 비용이 적어 원가절감 효과가 큰 PB 상품을 불황기에 새로운 돌파구로 삼고 있다.

온라인 쇼핑 업계도 이 같은 점에 주목해 일찍부터 PB 시장의 문을 두드려왔다. 인터파크와 G마켓은 2000년대 초중반부터 PB 상품을 계속 출시했지만 인기 브랜드로 자리잡아 지금까지 판매되고 있는 상품은 거의 없다. 후발주자인 11번가나 티몬은 틈새시장을 공략해 한때 '반짝 효과'를 누리기도 했지만 전반적으로 PB 전략이 매출이나 수익 제고를 일으키진 못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대형마트와 편의점 업체들 사이에선 PB가 신성장 동력으로 자리매김했다. 이마트는 올 들어 지난 3분기까지 피코크 46%, 노브랜드 600%, 데이즈 52%의 매출 신장률을 기록 중이다. 이마트 관계자는 "숍인숍(shop in shop·매장 내 매장) 형태로 PB 전문매장을 구성해 고객들이 PB 상품을 보다 편리하게 구매할 수 있도록 해 효과를 거뒀다"고 말했다.

이와 달리 온라인 쇼핑몰의 경우 PB 전략에 여러 한계들이 노출되고 있다. 한 온라인 쇼핑 업체 관계자는 "치열한 외형 경쟁 속에서 차별화를 목적으로 PB 상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온라인 쇼핑몰은 전반적으로 저가 상품을 판매하고 있어 PB 상품이 갖는 가격 효과가 제대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아울러 판매자들의 상품 판매를 중개하는 사업 구조에서 콘텐츠가 중복되거나, 판매자 상품과 PB 상품 간 가격 경쟁이 일어나는 것도 단점으로 지적된다. 게다가 온라인 쇼핑몰은 수많은 상품이 나열돼 PB 상품 검색과 노출도 쉽지 않은 편이다.

또 다른 업체 관계자는 "PB 상품 판매는 높은 마진과 브랜드 홍보 효과 등 여러 매력이 있지만 규모의 경제를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효과를 누리기가 쉽지 않다"며 "무작정 트렌드를 따르기보다 온라인 쇼핑몰만의 특성을 살린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