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P조선 내년 1분기 일감 '0'...중소 조선소 대량실직 가시화

SPP조선 경남 사천조선소 전경. /사진=SPP조선

지난 2년간의 조선업계 '수주 절벽'으로 인한 일감 실종이 본격화되면서 중소 조선소들의 대량 실직 사태와 지역 경제 한파가 내년 초부터 불어닥칠 전망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SPP조선 사천조선소의 현재 수주잔량은 6척, 13만8000CGT(가치환산톤수)로 내년 2월에 마지막 선박을 인도하면 더 이상 남은 일감이 없게 된다. 현재 남아있는 6척 모두 외국 선사로부터 수주한 원유운반용 MR탱커들이다.

SPP조선은 채권단 관리 하에 들어간 2014년말부터 신규수주가 중단됐다. 우리은행 등 채권단은 적자수주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해왔다. 올해 4월 SPP조선 매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SM(삼라마이다스)그룹은 3년간 신규수주에 대한 RG(선수금환급보증) 보증을 요구했지만 채권단 반대로 협상이 깨졌다.

SPP조선이 내년 1분기 마지막 탱커선을 인도하면 협력업체 직원 포함 4000여명이 실직을 맞게 된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적자만 아니라면 신규수주를 지속해서 도크 운영을 유지해야한다는 일부 채권단 의견도 있었지만, 현재 신조선가가 바닥을 치는 상황이라 더 이상 신규수주를 받지 말자는 게 채권단 주류 의견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 8월 채권단이 낸 SPP조선 자산 매각공고에도 응찰자가 없어 분위기가 무겁다"고 전했다.


현대중공업 (118,700원 ▼700 -0.59%) 군산조선소 역시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다. 군산조선소는 이달 초 기준 12척, 46만6000CGT의 수주잔량을 보유중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역시 내년 3월이면 건조물량을 모두 소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물량이 끝난 뒤 신규수주 없이 도크 운영을 중단할 경우 협력업체 포함 6000여명의 실직 사태가 예상된다.

최근 최길선 현대중공업 회장이 대표이사직을 내려놓은 점도 군산조선소의 앞날에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군산 출신 최 회장이 현대중공업 경영 일선에서 물러날 경우 군산조선소를 폐쇄할 것이라는 소문이 파다하다.

송하진 전북도지사와 문동신 군산시장은 지난 21일 현대중공업 울산 본사를 방문해 최 회장 및 강환구 신임 현대중공업 대표이사 등과 만나 군산조선소에 대한 신규물량 배정을 요청했다. 이들은 당초 군산조선소가 수주했으나 지난 7월 울산으로 이전해 건조키로 한 LPG선 2척과 함께 최근 수주한 원유운반선 2척을 군산에서 지어달라는 내용의 군산상공회의소 건의문도 전달했다.

다른 중소조선소들은 그나마 최소 1년치 물량을 남겨두고 있어, 조선업 경기 반등이 예상되는 2018년까지 버틸 여력이 존재한다. 대한조선은 지난해 인도량(5척, 13만5000CGT)의 3배 가량인 13척, 36만9000CGT의 수주잔량을 기록하고 있다. 한진중공업 (3,035원 ▲30 +1.00%) 영도조선소는 지난해 인도량(4척, 9만6000CGT)의 2배 가량인 9척. 19만8000CGT의 수주잔고를 보유중이다.

대선조선은 소규모 신규수주에 연이어 성공하며 지난해 인도물량(8척, 9만3000CGT)을 뛰어넘는 20척, 24만1000CGT를 보유중이며 STX조선해양 진해조선소는 지난해 인도물량(29척, 88만1000CGT)과 비슷한 32척, 67만9000CGT를 보유중이다. 성동조선해양 역시 31척, 78만5000CGT의 수주잔량을 보유해 1년 이상 도크를 운영할 여력을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