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점화… '수도 이전' 논의도 탄력 받나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2017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2016.10.24/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24일 임기 내 개헌을 추진하겠다고 밝히면서 수도 이전 논의 역시 수면 위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수도권에 집중된 인구와 경제력 분산으로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수도 이전론’이 다시 고개 들고 이에 대한 수도권 반발도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수도 이전은 2002년 대선 당시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공약으로 내놓으며 부각된 사안이다. 세종시에 신행정수도를 건설하고 정부부처 뿐 아니라 청와대·국회까지 이전시킨다는 내용이었다. 하지만 2004년 10월 헌법재판소는 노 전 대통령 공약이 ‘서울=수도’라는 ‘관습 헌법’에 위배된다고 결정했다. 이후 수도 이전 논의는 위헌 논란에 갇혔다.


이런 가운데 개헌 추진은 수도 이전 논의에 물꼬를 터줄 수 있다. 수도 이전 논의가 관습 헌법이라는 제약에서 자유로워지기 때문이다.

당장 여권 대선 잠룡 중 한 명인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이날 “개헌 논의가 권력구조 개편 문제로만 집중되면서 ‘권력 나눠먹기’나 기득권 유지의 수단으로 이용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면서 “개헌 논의를 통해 수도이전 등 모든 국가적 아젠다가 폭넓게 다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도 이전론의 가장 큰 근거는 지역균형 발전이다. 수도권에 집중된 가치를 분산시키고, 이를 통해 수도권 과밀화도 해소시키자는 주장이다. 수도 이전 찬성론자들은 인구와 경제의 수도권 편중이 지방 일자리 부족과 삶의 질 저하로 이어진다고 주장한다. 현재 서울과 경기권을 합친 수도권의 인구가 전체 인구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정부부처가 모여 있는 세종시와 국회·청와대 간 거리에서 비롯되는 비용·시간 낭비는 세종시 초기 정착 당시부터 거론된 문제다. 이에 수도 이전이 행정 비효율을 막을 수 있는 대안으로 언급된다.

참여정부 시절 신행정수도건설추진지원단장을 맡았던 이춘희 세종시장은 "참여정부 당시 만들려고 했던 행정수도가 반토막 나서 여러 문제들이 생긴 것 아니냐"며 "헌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수도 이전 문제를 마무리 지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반발이 만만치 않다. 당장 권력구조 개편을 위한 원포인트 개헌도 ‘첩첩산중’인데 수도 이전 논의까지 겹치면 풀기 어려운 고차방정식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대선을 앞두고 수도이전 논의가 정치 쟁점화할 경우 지역감정을 자극하고 수도권과 지방 모두에게 상처만 남길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아울러 국회와 청와대가 세종으로 옮기더라도 활용방안을 마련한 뒤 진행돼야 한다는 의견 역시 제기된다. 정부부처 이전으로 지역 공동화 현상이 발생한 과천시 사례를 답습해선 안 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