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 치약 두렵다" 소비자 외면…업계 3위로 떨어지나?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지난달 27일 가습기 살균제 화학물질 성분이 포함된 아모레퍼시픽 '메디안'·'송염' 등 치약에 대해 긴급 회수 결정을 내렸다. 회수 조치 직후 서울 중구 롯데마트 서울역점에 메디안 치약 회수 안내판이 걸려 있다./사진=김창현 기자

지난달 말 가습기 살균제 성분 치약 사태 이후 치약 매출이 오히려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회수 조치가 내려진 아모레퍼시픽 (142,500원 ▼4,000 -2.73%) '메디안'·'송염' 등 치약을 바꾸려고 대형마트를 찾은 소비자들이 LG생활건강 (369,000원 ▼12,500 -3.28%)·애경 제품을 대체 구매했기 때문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로 생활화학용품 매출이 수개월째 급감한 것과 대조적이다.


24일 유통 업계에 따르면 식품의약품안전처가 가습기 살균제 화학물질인 CMIT·MIT(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메칠이소치아졸리논) 성분이 포함된 아모레퍼시픽 치약제품 13종 등에 대해 긴급 회수 조치를 내린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23일까지 대형마트 3사의 총 환불 물량은 1000만개를 넘었다. 문제의 치약을 환불한 소비자들이 다른 제품 구입에 나서면서 전체 치약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0~80% 늘었다.

◇치약 환불 1000만개 넘어…LG·애경 제품 대체 구입=가습기 살균제 성분 치약 사태 후 약 한 달 간 대형마트에서 총 1048만개의 환불이 이뤄진 것으로 집계됐다. 이마트가 440만개로 가장 많고 홈플러스 378만개, 롯데마트 220만개 등이다.

업계는 동네 슈퍼마켓과 편의점의 환불 물량까지 합하면 2000만개를 웃돌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치약 1개당 1500원을 환불해 줬다고 가정할 때 대형마트 물량만 150억원이 넘는다.

아모레퍼시픽 치약을 환불받은 소비자들이 대체 구매에 나서면서 LG생활건강 '페리오'와 '죽염', 애경 '2080' 등은 반사이익을 톡톡히 봤다.


특히 시장점유율 1위인 LG생활건강 매출이 크게 늘었다. A대형마트에서 아모레퍼시픽 등 환불대상 제품을 제외한 치약 브랜드 매출이 2배 가까이 증가했다. B대형마트에서도 LG생활건강은 100%, 애경은 40% 늘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청소용품이나 세제 등은 당장 구입하지 않아도 생활에 지장이 없지만 치약은 매일 쓰는 제품이어서 대체 구매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며 "대다수 소비자들이 LG생활건강, 애경 제품으로 갈아타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아모레 치약 두렵다"…2위 자리 바뀔 수도=아모레퍼시픽은 식약처 조사에서 문제가 없는 것으로 판명된 메디안·송염·본초연구 등 3개 브랜드 35종 제품을 판매 중이지만 쇼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메디안과 송염 등 대표 제품을 회수하면서 주요 유통망에서 철수한데다 소비자 불신이 깊어져 다른 제품 판매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대형마트 업계 추산에 따르면 아모레 치약 매출은 평균 30~40% 이상 감소했다.

실제 대형마트 3사는 주요 매장에서 아모레퍼시픽 제품 판매공간을 종전보다 50~70% 안팎 줄였다. 대대적인 할인 판매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생활용품업계 관계자는 "아모레가 할인행사를 통해 점유율을 유지하려 해도 유통사들이 받아주지 않고 있다"며 "가습기 살균제 치약이라는 이미지가 강해 자칫 할인에 나섰다가 부정적인 여론이 확산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직장인 신모씨(41)는 "집안에 있던 아모레퍼시픽 치약 수십개를 들고 슈퍼마켓에 갔지만 실제로 환불받은 건 일부 제품뿐이었다"며 "13종을 제외한 나머지 제품은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찜찜해서 모두 버렸다"고 말했다.

치약시장 순위가 뒤집어질 가능성도 높다. 국내 치약 시장 점유율은 LG생활건강(41.2%)에 이어 아모레퍼시픽(25.6%), 애경(17.8%) 순서인데 2위와 3위가 뒤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아모레와 애경의 점유율 격차가 8%포인트 안팎으로 크지 않다"며 "아모레 매출 추락이 이어질 경우 순위가 뒤집어질 가능성이 충분히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