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포공항역 승객 살릴 수 있었다"…'1인 기관사' 도마위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객 한명이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승객들이 사고현장 반대편 승강장을 오가고 있다. 2016.10.19.<br />

지난 19일 김포공항역에서 발생한 승객 사망사고를 계기로 기관사가 홀로 전동차 운행과 안전관리를 모두 책임지는 ‘1인 승무제도’를 바꿔야 한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안전사고가 발생하는 등 유사시에 기관사 혼자서 떠맡다 피해를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수많은 승객들의 안전을 홀로 책임져야 하는 심리적 압박이 크기 때문에 최근 10년간 기관사 9명이 공황장애로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24일 서울도시철도공사와 경찰에 따르면 김포공항역에 미처 하차하지 못한 승객 김모씨(36)는 19일 오전 7시 15분 기관사에게 전동차 내 비상인터폰으로 “출입문을 열어달라”고 말했다. 이에 기관사는 전동차 출입문만 27초 동안 열었고, 김씨는 승강장안전문(스크린도어)을 강제로 열려고 시도하다 전동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 사이에 꼈다. 스크린도어가 닫힌 뒤 센서는 멈췄고, 승객이 낀 사실을 몰랐던 기관사가 전동차를 출발시키는 바람에 사망사고가 발생했다.

기관사 내규에 따르면 전동차 내 비상인터폰이 올 경우 기관사는 전동차가 승강장에서 벗어나지 않았으면 즉시 정차한 뒤 확인토록 돼 있다. 기관사가 비상인터폰이 온 뒤 확인했다면 전동차 출입문과 스크린도어를 함께 열어줄 수 있어 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이에 ‘기관사 책임론’이 대두되기도 했다.

그러나 지하철 5~8호선은 기관사 혼자 전동차 운행과 안전관리를 모두 책임지는 '1인 승무제도'로 돼 있다. 지하철 1~4호선과 달리 자동운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기관사 홀로 근무토록 했다. 이에 기관사가 운전실을 비운 채 유사시마다 일일이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지적이다. 지하철 5호선의 한 기관사는 "응급상황 발생시 관제와 연락이 돼야 하기 때문에 운전실을 비우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2인 승무제도였으면 김포공항역 사고 상황에서도 다른 한 명이 가서 봤을 것"이라고 말했다.

19일 오전 서울 강서구 지하철 5호선 김포공항역에서 승객 한명이 스크린도어에 끼어 사망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이 사고현장을 살펴보고 있다. 2016.10.19.<br />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지하철 1~4호선은 맨 앞엔 기관사가, 맨 뒤엔 차장이 승무하는 2인 승무제도로 돼 있다. 기관사가 운행을, 차장이 출입문과 승객 안전 등을 나눠 맡고 있다. 업무를 절반씩 분담하는데다 안전사고 발생시 의논할 수 있어 피해를 줄일 수 있다.

1인 승무제도 시행으로 승객 안전을 혼자 책임지는 기관사들이 심리적인 압박과 스트레스로 공황장애를 앓는 것도 문제다. 최근 10년간 9명의 기관사가 정신질환에 괴로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지하철 5호선의 한 기관사는 "기관사 혼자 많은 승객의 안전을 책임진다는 부담감과 과도한 스트레스를 감내하기 힘든 것 같다"며 "주위에 우울증 등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기관사들이 많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도시철도 노사, 관련 전문가가 참여하는 특별위원회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지만 문제는 비용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2인 승무제도로 바꾸려면 지난해 기준 인건비와 차 개조비용 등을 포함해 1400억원이 든다"고 말했다. 도시철도의 경우 매년 무임수송 손실비용 등으로 인해 적자가 쌓이는 구조다.

전문가들은 안전문제를 경제논리로 접근하면 안된다고 지적했다. 권영국 서울과학기술대 안전공학과 교수는 "정부는 안전을 비용으로 생각하지 말고 별도 예산으로 편성해 투자해야 한다"며 "매번 사고 날 때마다 땜빵식 대책을 세울 것이 아니라 근본적인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