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패러다임 전환' 新롯데 약속…"호텔롯데 상장해 지배구조 개선"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25일 오전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검찰 수사 등에 관한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쇄신안을 발표하고 있다. 2016.10.25/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지난해부터 계속된 경영권 분쟁과 최근 100일이 넘는 검찰 수사 등으로 창사 이래 최대 위기를 맞았던 롯데그룹이 경영 패러다임 전환을 통한 전면 쇄신을 약속했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과 롯데정책본부 주요 임원, 23개 롯데 계열사 대표들은 25일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검찰 수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개선해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겠다며 경영쇄신안을 발표했다.

신 회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지난해부터 시작된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최근 검찰수사로 다시 심려를 끼쳐드린 점 깊이 사과드린다"며 대국민 사과했다.

그는 "복잡한 지배구조와 권위적 의사결정 구조로 인해 국민의 눈높이와 사회적 기대를 만족시키는데 많은 부족함이 있었다"며 "그동안 신격호 총괄회장을 보좌하면서 그룹 경영에 참여해 왔지만 좀 더 적극적으로 변화와 개혁을 이룩하지 못한 점에 대해 책임을 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롯데에 대한 국민들의 지적과 우려를 무겁게 받아들이고 깊이 고민했다"며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 가치에 부합하는 새로운 롯데로 거듭나기 위해 노력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롯데의 도덕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경영 패러다임 전환을 통해 양적성장이 아닌 질적성장을 추구하는 기업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롯데는 향후 경영진과 임직원, 외부전문가 협의를 통해 구체적 쇄신 계획을 수립해 적극 실행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호텔롯데 상장, 지주회사 전환 '지배구조 개선'=신 회장은 "투명한 지배구조를 만드는데 전력을 다하겠다"며 "가까운 시일 내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해 복잡한 구조를 정리, 투명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호텔롯데 상장은 지난해 신 회장이 국정감사에서 직접 국민들에게 약속한 사안으로 롯데는 검찰의 기소 내용과 재판 진행 경과에 대해 상장 주관사단과 관련 유관기관과 면밀히 협의해 상장을 재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또 호텔롯데 외에도 우량 계열사들을 차례로 상장해 기업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건전한 경영을 이뤄나갈 수 있도록 노력한다는 방침이다. 장기적으로는 지주회사 전환 계획도 검토 중이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 상장을 조속히 재추진하겠다"며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기업을 공개해 주주구성을 다양화하고, 글로벌 기업의 토대를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책본부 축소 개편 '조직혁신'=신 회장은 또 롯데그룹 정책본부를 전면 쇄신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계열사를 지원하는 역할 중심으로 조직을 축소 재편하고, 계열사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실행하는 책임 경영을 강화하겠다"며 "전문 경영인이 그룹과 계열사를 책임지고 미래를 이끌어가도록 육성하겠다"고 말했다.

롯데는 정책본부가 그룹의 컨트롤타워로서 불필요한 중복 투자를 방지하는 등 필요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지만 규모가 커지면서 예기치 못한 부작용이 생겨난 것으로 보고 정책본부에 대한 대규모 개편작업을 시행키로 했다. 이는 2004년 10월 정책본부가 설립된 지 12년 만이다.

현재 롯데정책본부는 총 7개 부서(비서실, 대외협력단, 운영실, 개선실, 지원실, 인사실, 비전전략실)와 기타 부설 조직(롯데재단, 롯데미래전략센터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근무 인원은 300여 명이다. 롯데는 정책본부에 계열사 간 업무 조율, 투자 및 고용, 대외 이미지 개선 등 그룹 차원의 판단이 필요한 업무만 최소한으로 남길 예정이다. 정책본부가 축소 개편되면 각 계열사들은 스스로 판단을 내리고 실행하는 독립적인 책임경영이 강조될 전망이다.

신 회장은 아울러 "준법경영위원회를 구축해 변화된 사업 환경과 사회 요구에 적극 대응하겠다"며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경영 체계를 정착시키겠다"고 밝혔다. 준법경영위원회는 회장 직속 상설 조직으로 그룹 차원의 준법 경영을 위한 제도를 만드는 것은 물론 그룹과 계열사의 준법경영 실태 점검 및 개선작업을 진행하게 된다.

외부 전문가 참여를 통해 위원회가 실질적이고 효과적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며 기존 투명경영위원회와 함께 롯데에 준법경영이 뿌리내리는 데 중심적 역할을 수행할 계획이다.

◇'질적 성장' 중심 경영 패러다임 전환=롯데는 그룹의 경영철학과 전략을 기존의 양적 성장 중심에서 질적 성장 중심으로 전환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는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성장한다는 계획이다.

롯데는 2020년까지 매출 200조원을 달성해 '아시아 톱10' 글로벌 그룹으로 성장하겠다는 비전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고성장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부작용이 적지 않았다고 판단, 단순한 외형 성장보다는 내실을 다지고 동반성장 등의 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으로 목표를 재설정했다.

신 회장은 "성장전략을 양적 성장 방식에서 사회와 산업 생태계를 고려한 질적 성장으로 전환해 국민의 기대와 사회적 가치를 우선하는 좋은 기업이 되는데 주력하겠다"며 "그 연장선에서 사회공헌과 동반성장의 토대를 마련하는데 힘쓰겠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또 투자와 고용에도 적극 나서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5년간 40조원 투자, 7만 명 신규 채용, 3년 동안 1만명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의 계획과 함께 호텔·면세 사업에 적극적으로 재투자해 경쟁력을 키우고 세계적인 회사로 성장시켜 좋은 일자리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롯데는 꾸준한 일자리 확대를 통해 국내 실업률 문제 해결에 앞장서는 동시에 신입공채 채용인원 중 여성인재 비율도 40% 수준으로 유지해 여성인력 발굴에도 힘쓸 계획이다.

한편, 신 회장은 신 회장은 지난해부터 지속된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과의 형제간 경영권 분쟁과 관련, "더 이상의 혼란 없이 빠른 시일 안에 해결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50년 전 국가 경제에 기여하겠다는 일념으로 롯데를 창업한 신 총괄회장의 기업보국 정신을 이어가겠다"며 "국민과 사회가 기업에 바라는 가치와 요구에 부응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우리나라 대표 기업이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