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ECD가입 20주년 "韓…BASIC에 충실해야"

25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OECD 가입 20주년 기념 세미나(주최 외교부, 주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OECD 가입 이후 한국 경제 변화상'을 주제로 한 첫번째 세션이 진행되고 있다.

1996년 한국이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회원국에 가입한 뒤 20년이 지났다. 이듬해엔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겪었고, 2008년엔 글로벌 금융위기를 경험했다. 그리고 8년이 지난 지금, 한국은 또 다른 기로에 섰다.


내년도 대선을 앞둔 가운데, 미국 금리인상 가능성, 중국 성장 둔화 등 하방리스크, 대내적으로는 조선 등 취약산업 구조조정, 수출 감소 등이 대내외 악재에 직면했다. 10년 주기를 두고 전세계 경제를 뒤흔드는 위기가 찾아온다는 ‘10년 주기설’에 따르면 내년과 2018년 또 다시 어떤 심각한 위기가 닥칠지 알 수 없다.

25일 서울 웨스틴조선 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 20주년 기념 세미나’에서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OECD 가입 20년을 되짚고 한국의 현재 상황,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

OECD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한국은 연평균 4.2%의 GDP(국내총생산) 성장률을 보였다. OECD 평균치의 2배에 달하는 숫자다. 20년전 OECD 평균의 57%였던 1인당 국민소득은 85%까지 높아졌다. 1996년 1300억달러 규모였던 수출 금액은 현재 5270억달러 규모로 4배 이상 증가했다.

이를 두고 앙헬 구리아 OECD 사무총장은 “한국은 지난 20년 동안 OECD 회원국 중 가장 급성장했다”며 “탁월하고 놀라운 성과를 바탕으로 ODA(공적개발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주는 국가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이들은 이처럼 지나 온 20년에 대해 언급했지만 그보다는 앞으로의 20년에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저출산·고령화 문제, 여성고용, 구조조정, 양극화 문제 등 한국경제가 당면한 현안에 대해 방향성을 제시하고자 했다.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이 25일 오전 서울 중구 소공동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국의 OECD 가입 20주년 기념 세미나(주최 외교부, 주관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서 'OECD 가입 이후 한국 경제 변화상'을 주제로 토론을 하고 있다.

특히 김성태 한국개발연구원(KDI) 거시금융경제연구부장(박사)은 머니투데이의 창간기획 기사(OECD 20년 대한민국, 선진국의 길)를 인용하며 “균형(Balance), 성장(Advance), 규범(Standard), 혁신(Innovation), 수용(Capacity)이라는 다섯 가지 측면에서 봤을 때 상대적 빈곤율이 악화되고 경제발전 이면에 우리나라 불평등이 악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머니투데이가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을 비롯한 50명의 전문가들에게 문의한 설문조사 결과를 언급하면서 “선진국이 되기 위해선 정치, 사회, 문화 측면에서 균형발전과 사회적 약자에 대한 배려가 필요하다”며 “노동개혁, 좀비기업 구조조정, 4차 산업혁명 대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머니투데이 6월20일 보도 참조: 선진국의 조건 'BASIC', 대한민국이 가야할 길
현정택 대외경제연구원장은 특히 구조조정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 원장은 “조선업, 해운, 철강산업은 과잉설비·생산이 이뤄지고 있다”며 “고용과 관련된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에 구조조정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교육개혁, 규제환경 개선 등을 통해 4차 산업혁명 사회에 대비해야 한다는 조언도 잇따랐다. 김준경 KDI 원장은 “좀비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돼야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고 투자를 촉진하는데 도움이 된다”고 했다.

김 원장은 “근로자가 4차 산업혁명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교육 방법이 개선돼야 한다”며 “논의와 토론이 진행된 수업을 통해 학생들의 협력과 커뮤니케이션 스킬을 향상시켜 사회적 역량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생산력 향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이호승 기획재정부 경제정책국장은 200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폴 크루그먼 교수가 말한 “생산성이 전부는 아니지만 장기적으로는 생산성이 거의 모든 것”이라는 말을 따 와 “세계시장 속에서 기업 경쟁력은 거의 전부이므로 한국은 기업 경쟁력에 집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여성 고용율을 높여 고령화사회를 늦추라는 실질적 조언도 있었다. 앙헬 구리아 사무총장은 “한국의 공공사회지출은 전체 GDP 10% 수준이지만 2060년이 되면 거의 30%가 되는데, 고령화로 인한 지출이 가장 크다”며 “남성에 비해 20%포인트 낮은 여성고용을 활용하면 2050년 노동력이 20% 늘어날 수 있고 고령화 영향을 늦출 수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