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여행객 20% 줄여라"…유커에 기대사는 내수업종 '비상'

중국 정부가 한국을 찾는 유커(중국인 관광객) 수를 20% 줄이라는 지침을 자국 여행사에 통보한 것으로 드러나 내수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25일 관광, 유통업계에 따르면 중국 국가여유국이 최근 '불합리한 저가 여행 전문 행동 통지'를 각 성·직할시·자치구 여유국에 하달했다.


국가여유국은 불합리한 저가 해외 여행상품을 내놓는 여행사를 엄중 처벌하고, 현지에서의 쇼핑을 하루 1회로 제한하는 등 쇼핑 강매 행위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특히 일부 지방정부 여유국은 여행객 감축에 대한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여행업계 관계자는 "상하이시와 저장성, 장쑤성, 산시성, 안후이성 등 5개 지방정부 여유국이 11월부터 향후 6개월간 한국 등 해외로 떠나는 여행객수를 전년 동기대비 20% 줄이라는 방침을 각 여행사에 통보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소식을 알려지자 국내 관광, 유통업계에는 당혹감이 감돌고 있다. 지난해 한국을 찾은 유커가 598만명이고, 올해는 800만명을 돌파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급증하는 중국 관광객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주식시장에서 호텔신라, 신세계, LG생활건강, 아모레퍼시픽, 하나투어 등의 주가가 5~10% 가량 동반 하락했다.

특히 면세점은 직격타가 불가피하다. 올 들어 9월까지 면세업계 매출은 총 8조9331억원이고 올해 약 12조원의 매출이 예상된다. 이들 면세점의 중국인 고객 비중은 80% 이상에 달해 규제가 본격화할 경우 막대한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한 시내면세점 관계자는 "중국 여행사에 관련 지침이 내려갔고, 한국을 특정해 지시했다는 보도에 깜짝 놀랐다"며 "단체보다 개인 관광객에 대한 마케팅을 강화하는 등 시급하게 대책을 세워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올해부터 영업을 시작한 신규면세점 업계의 우려는 더욱 크다. 단체관광객 의존도가 높고, 아직 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 신규면세점 관계자는 "이번 일을 계기로 개별관광객 유치를 위한 콘텐츠를 개발하고 과도한 유커 의존도를 줄여야 한다는 절박감이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

화장품 업계에도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올 상반기 매출이 나란히 3조원을 돌파한 'K-뷰티' 쌍두마차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은 면세점 매출로 성장세에 날개를 달았다. 이들 기업의 면세점 채널 매출 중 80% 이상은 중국인으로 알려졌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아모레퍼시픽은 국내 면세 사업에 의존하기 보다 중국 현지에서의 고객 접점 확대를 통해 성장하고 있다"면서도 "한국을 찾는 유커가 실제로 감소하는지 모니터링을 강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중국이 저가 여행상품 근절을 강력하게 추진하는 배경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중국에서는 해외여행 중인 자국 관광객에게 쇼핑을 강권하는 동영상이 반향을 일으키는 등 저가 여행 폐해가 심각하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조치도 저가 여행을 근절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일각에서는 한국의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따른 제재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