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급과잉? 수요부족?…원유시장의 경우 (1)

/ 자료=Thomson Reuters Datastream, 글로벌모니터

제품가격이 오르면 기업들은 생산을 늘립니다. 심지어 조출을 시키고 야근을 돌려 가면서까지 제품 공급을 확대합니다. 마진이 늘었으니 당연한 일이죠. 그런데 이 제품가격 상승이 그 회사에만 국한된 게 아니라 경제 전반에서 나타나는 광범위한 현상이라면 어떻게 될까요?


경제학 교과서는 이 경우 생산량이 다시 줄어든다고 가르칩니다. 인건비를 포함해서 여타 원자재와 중간재 가격이 다 함께 오르기 때문에 마진이 다시 줄어들기 때문이죠. 따라서 돈을 풀어도 생산설비가 늘어나고 생산성이 높아지는 일은 없다는 게 경제학의 이론입니다. 물가가 높아진다고 해서 노동인구가 갑자기 증가할 일도 없습니다. 생산성 증가율과 노동력 증가율의 합(合)이라고 할 수 있는 잠재성장률 역시 변화가 없습니다. 중앙은행이 장기적인 경제성장률에는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재닛 옐런 의장은 완화적인 통화정책을 장기간 유지해 물가를 더 끌어 올림으로써 미국 경제의 공급능력(생산성+노동인구)을 키우겠다고 밝혀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그런데, 이 주장이 반드시 틀린 것만은 아닙니다. 특정 제품의 가격이 유난히 더 빠른 속도로 상승할 경우에는 설사 그 현상이 돈을 풀어서 나타난 결과라고 하더라도 기업들이 생산능력을 대대적으로 확대하는 '공급' 측면의 효과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원유시장입니다.

지난 2000년대 중후반, 금융위기 직전까지의 원유 및 원자재 가격 폭등세는 전형적인 화폐 인플레이션 현상이었습니다. 미국 중앙은행이 저금리 정책과 달러화 약세 정책을 펼친 결과 엄청난 자본이 중국으로 몰려갔습니다. 중국의 생산설비가 대대적으로 늘어났습니다. 그 과정에서 엄청난 양의 원유와 원자재가 소비됐습니다. 달러화 약세까지 겹쳐 원유와 원자재 가격은 뛰어 올랐습니다. "폭발하는 수요에 비해 원자재는 희소하다"는 거품심리까지 가세해 원자재 인플레이션이 하늘을 찔렀죠.


그 결과가 오늘날 원자재 시장의 엄청난 공급과잉입니다. 위 그래프를 보시면 미국의 원유공급 능력이 유가에 어떻게 반응했는지를 분명하게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은 공급과잉과 저물가에 시달리는 글로벌 경제 전반에 대해서도 큰 시사점이 있겠죠? 다음 편에서 계속 설명 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