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최순실·차은택' 9곳 압수수색·수사팀 확대 검토(종합2보)

검찰이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 위치한 최순실씨 소유의 빌딩을 압수수색한 뒤 압수품을 차에 싣고 있다./사진=뉴스1

검찰이 26일 박근혜 대통령의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를 둘러싼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미르·K스포츠재단과 최씨 주거지 등 모두 9곳을 동시에 압수수색했다. 최씨 고발 사건이 배당된 지 21일 만이다.


서울중앙지검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사건 수사팀(팀장 한웅재 부장검사)은 이날 오전 서울 강남구 논현동 소재 두 재단과 최씨 소유의 더블루케이 청담동 사무실, 최씨 주거지가 위치한 신사동 미승빌딩 등을 압수수색했다.

이 중 최씨가 개인적으로 머무르며 주거지 등으로 쓴 장소는 모두 4곳인데 세 군데는 서울에, 나머지 하나는 강원 홍천군에 위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압수수색 대상엔 이승철 부회장 집무실 등 전국경제인연합회 일부 사무실, 최씨와 함께 이 사건 주요 인물로 거론되는 차은택 광고감독의 주거지 등도 포함됐다. 전경련은 미르·K스포츠재단을 위해 800억원에 가까운 출연금을 조성했다.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 감독은 미르재단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 최측근으로 알려진 고영태씨와 관련한 장소가 압수수색 대상에서 제외된 것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이유가 있지만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두 재단의 설립 허가를 하루 만에 내준 문화체육관광부 자료는 임의 제출 형식으로 확보됐다.


검찰 관계자는 압수물을 통한 수사 범위에 대한 질문에 "특정 의혹을 확인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전체적인 차원"이라고 답했다. 최씨가 청와대 인사에 개입하고 내부 문서를 미리 받아봤다는 의혹 역시 수사 대상에 포함된다는 것이다.

당초 이 사건 수사는 두 재단이 대기업으로부터 거액의 출연금을 끌어모으는 과정에 청와대의 압력이 있었다는 데서 출발했다. 그런데 사건이 이른바 '최순실 게이트'로 비화하며 수사 확대가 불가피해졌다.

검찰은 수사팀을 확대하거나 대검찰청 산하에 특별수사팀을 다시 꾸리는 방안 등 인력 운용과 관련한 모든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은 지난 24일 특수부 검사 3명을 충원해 기존 형사8부에서 꾸려진 팀을 확대, 특별수사팀의 외형을 갖춘 바 있다. 김수남 검찰총장은 수사팀에 연일 "원칙대로 엄정히 수사해 달라"고 당부하면서 팀 재편 등을 고심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가운데 검찰 수사 타깃이 점점 최씨를 향하면서 그의 소재에 관심이 쏠린다. 최씨는 승마선수인 딸 정유라씨와 함께 독일에서 종적을 감췄다. 검찰은 최씨가 아직 독일에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독일에 거처를 뒀고 유학 경험도 있는 등 연고가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검찰은 청와대 관계자들에 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에서 제대로된 수사가 가능하겠느냐는 우려의 목소리에 대해 "외압은 없고 앞으로도 그런 일은 없다"며 "(청와대까지 닿아있는) 보고 라인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압수수색이 늦어져 증거인멸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에 대해선 "언론에 난 기사만으로 압수수색 영장을 청구할 수는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청와대 내부 문서가 유출된 정황과 관련해서는 조사 대상자 선별과 법리 검토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한편 검찰은 정씨의 이화여대 부정 입학 의혹도 수사팀에서 다룰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건 본류에서 벗어난 내용이지만 최씨와 관련된 의혹은 전담수사팀에서 모두 들여다보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