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의전략]코스피 덮친 최순실 게이트

'최순실 게이트'가 증시를 강타했다. 외국인이 1만 계약 넘는 선물 매도를 쏟아내며 코스피가 장중 2002.29까지 밀렸다 2010선을 회복하며 마감했다.

26일 코스피 지수는 전일대비 23.28포인트(1.14%) 내린 2013.89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827억원을 순매도했고 개인과 기관이 각각 571억원, 302억원을 순매수했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을 1만2730계약 순매도하며 지수 하락을 주도했다.

유가증권시장에서 24일까지 8거래일 연속 순매수를 이어가던 외국인은 전일 대통령 연설문을 비롯한 청와대 문건들이 '비선실세'로 알려진 최순실씨에 전달됐다는 뉴스에 순매도로 돌아섰다.

이경수 메리츠종금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통령의 국가 리더십에 타격이 발생했기 때문에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로 인식됐을 것"이라며 "불확실성을 싫어하는 발 빠른 외국인들의 매도가 나타났다"고 해석했다.


◇역대 정국 혼란기 증시는=과거 국내에서 정치불안과 사회 혼란이 발생했을 경우 코스피는 단기 급락세를 나타냈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대통령 시해 사건으로 계엄체제로 돌입했을 당시 코스피는 5일간 10% 낙폭을 기록했다. 이어 1980년 5월18일 광주민중항쟁 발발시에도 코스피는 8% 급락했다.

1987년 4월 정국 혼란이 가중되면서 코스피는 13% 낙폭을 기록한 뒤 횡보했다. 이후 여당 대표인 노태우 후보가 6월19일 민주화 선언을 발표하면서 급반전했다.

2004년 3월 12일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 소추 법안이 국회를 통과한 날 코스피는 장중 47.88포인트 급락하다 낙폭을 일부 회복하며 21.13포인트(2.49%) 내린 848.80에 마감했다.

코스피의 역대 추이를 살펴보면 붕괴된 리더십을 얼마나 빨리 회복하느냐에 따라 주가의 탄력성이 좌우됐다. 또 과거에서 현대로 올수록 정치적 변수에 대한 증시의 민감도는 낮았는데 정치적 변수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제한적이라는 학습 효과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재홍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분기 영업이익이 하향 조정되고 미국 대선 등 변수가 산재한 상황에서 코스피가 박스권 상단에 머물렀기 때문에 이번 사건이 조정의 빌미가 됐을 것"이라며 "정치적 불확실성은 당분간 증시의 상승 모멘텀을 악화시킬 것이다"고 판단했다.

◇최악의 악재는 아냐=이날 외국인은 코스피200 현물을 1만2730계약 순매도했으나 현물 시장 순매도는 827억원에 그쳤다. 통상 한국 증시에 대형 악재가 발생했을 경우 현물과 선물의 대량 순매도가 동시에 나타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외국인의 시각은 아직 한국 증시에 크게 부정적이지 않다는 해석도 나온다.

송성엽 브레인자산운용 대표는 "이번 사건이 우리나라 기업의 펀더멘탈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기 때문에 증시 영향도 제한적일 것"이라며 "다만 주가의 상승 모멘텀이 부족한 상황에서 부각된 정치적 불확실성은 일부 외국인의 매매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최근까지 부진을 벗어나지 못한 내수 시장에는 심리적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현 정권의 레임덕 심화로 정부 정책이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가운데 소비 침체가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홍춘욱 키움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외국인의 리스크 회피성 매도가 나타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다만 3분기 기업 실적 동향에서 나타난 은행·철강·화학 업종의 이익 개선세가 계속되고 있어 정치적 리스크가 추가로 악화되지 않는다면 반등이 나타날 전망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