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년만에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오른 이재용 부회장은 누구

2년간 병상에서 치료 중인 이건희 삼성 그룹 회장의 1남 2녀 중 장남이다. 지난 1991년 삼성전자 부장으로 입사해 상무보, 상무, 전무, 부사장과 사장(COO)을 거쳐 입사 후 21년만인 2013년 삼성전자 부회장, 25년만인 이번에 등기이사에 올랐다. 2008년 4월 이건희 회장이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면서 삼성가 오너가 맡지 않았던 삼성전자의 등기이사를 8년만에 맡게 됐다.


이로써 삼성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삼성전자 (80,200원 ▼2,000 -2.43%)의 이사회에 참석해 주요 의사결정과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위치에 올라서면서 회장 직책에 오르는 것은 아니지만 삼성 그룹의 총수역할에 공식 데뷔하는 셈이다.

이 부회장은 이 회장이 건재할 때도 주요 계열사 사장단과 수시로 커뮤니케이션을 하며 이 회장을 보좌해왔다. 일본과 미국에서 유학한 탓에 겸손을 몸에 익혔고, 미국식 합리주의에도 익숙한 스타일이다.

지인들에 따르면 학창시절엔 서울대 동양사학과에서 '동양사학계의 거두'인 고 민두기 교수의 엄한 지도를 받았다. 민 교수는 이 부회장을 삼성가의 아들이 아닌 여러 제자 중의 한명으로 차별없이 엄하게 가르친 것으로 유명하고, 이 부회장도 그 영향을 크게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학창시절엔 87학번 동기들과 방학을 이용해 지리산 종주 등을 하면서 곱게 자란 이미지를 벗어나고, 전혀 튀지 않게 학우들과 소탈한 스킨십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입사한 이후에는 보이지 않게 영등포역 쪽방촌의 무료 자선병원인 요셉병원 등에서 봉사활동을 펼치는가 하면, 기부활동도 해오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 부회장을 잘 아는 지인들에 따르면 공사 구분이 명확해 정상적인 프로세스가 아닌 경로를 통해 들어오는 지인들의 청탁은 확실하게 선을 긋는 스타일이다. 한번은 이 부회장의 지인이 다니는 글로벌 컨설팅 회사가 삼성 계열사의 합병과 관련한 컨설팅을 했는데, 여러 경로를 통해 컨설팅 비용을 늘려주면 좋겠다는 요구가 있었던 모양이다.

이에 대해 이 부회장은 "실무진이 판단한 게 맞을 것이다. 그리고 내가 실무진에서 하는 판단에 관여하게 되면 회사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 미안하지만 실무진과 얘기해보라"며 정중히 거절해 공사구분이 뚜렷하다는 평을 받고 있다. 또 의사결정 과정에서 주변 경영진들의 의견을 경청한 후 빠르게 판단을 내리는 스타일이라는 평이다.

이 부회장은 그동안 글로벌 인적 네트워크를 넓히는데 힘을 쏟아왔다. 매년 미국 아이다호 선밸리서 열리는 '앨런 & 코 컨퍼런스'에 참석해 워렌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이나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인 빌 게이츠, 마크 주커버그 페이스북 창업자, 래리 페이지 구글 창업자 등 IT 거물들과 네크워크를 확대해왔다.

이 부회장은 이탈리아 피아트크라이슬러(FCA)의 지주회사인 엑소르(Exor)의 사외이사로도 활동 중이며, 중국 '보아오포럼'에서도 상임이사를 맡고 있다.

앞서 지난해 5월 삼성전자 회장 타이틀만 남기고 삼성문화재단,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등 부친 이건희 회장이 맡고 있던 공식 직함 3가지 가운데 2가지를 이어받았다. 이번에 삼성전자 등기이사에 선임되면서 사실상 이건희 회장의 역할을 모두 이어받은 셈이다.

최근에는 삼성전자의 안정적인 성장과 함께 금융 강화와 바이오사업 및 자동차 전장사업 등 미래먹거리에 큰 관심을 두고 있다. 매년 1년의 1/3 이상을 해외 출장으로 보내는 등 글로벌 비즈니스의 폭을 넓혀오고 있다. 최근 들어선 주주중시 경영에 큰 관심을 두고 있으며, 주주 및 사내 소통 확대에도 힘을 쏟고 있다.

<프로필>
△1968년 생 △1984~ 1987년 경복고등학교△서울대학교 동양사학 학사(1992년 졸) △게이오기주쿠대학교 대학원 석사(1995년 졸) △하버드대학교 경영대학원 경영학 박사과정 수료(2000년)

△1991년 삼성전자 총무그룹 입사 △2001.03 ~ 2003.01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보 △2003.02 삼성전자 경영기획팀 상무 △2004 ~ 2007.01 에스엘시디 등기이사
△2007.01 ~ 2009.12 삼성전자 전무 △2009.12 ~ 2010.12 삼성전자 COO, 부사장
△2010.12 ~ 2012 삼성전자 COO, 사장 △2013.01 ~ 삼성전자 부회장 △2015.05 ~ 삼성문화재단 이사장 △2015.05 ~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장 △2016.10 삼성전자 등기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