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많은 신용대주 일시 중단…11월 내 제도 개선

대주 여부 공지와 수수료 배분 등 문제가 불거진 한국증권금융의 신용거래(유통) 대주 서비스가 연말까지 일시 중단된다. 금융당국과 증권금융 등은 대주서비스 중단 기간 동안 수수료 체계 등의 문제해결에 나설 계획이다.


27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증권금융은 신용대주(12월 결산법인 대상) 서비스를 오는 12월29일까지 중단한다. 이에 증권금융으로부터 대주주식을 제공 받던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키움증권, 현대증권 등 17개 증권사의 신용대주 서비스도 지난 26일부터 연말까지 중지된다.


신용대주는 일종의 개인 공매도 서비스다. 주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될 때 먼저 증권사와 증권금융으로부터 주식을 빌려서 판 뒤, 나중에 주식을 상환해 차익을 얻는 방식이다. 개인이 증권사와 증권금융으로부터 돈을 빌려(신용융자) 매수한 주식이 대주로 활용된다.

올 들어 하루 평균 300억원어치의 주식의 신용대주로 활용됐다. 개인이 공매도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방법 중 하나지만 대주 여부의 공지, 수수료 배분 문제들이 최근 지적됐다. 또 지난해부터는 고배당과세특례와 관련한 세금문제도 얽히게 됐다.

이에 증권금융은 연말 배당시즌을 앞두고 주식이 제3자에게 대여된 경우 원 주주의 배당권 행사에 차질이 생길 수 있어 서비스를 잠시 중단한다는 입장이다. 이와 동시에 신용대주 시스템 전반에 대한 개선에 나선다.


지금까지 신용거래를 통해 주식을 매수한 고객은 자신의 주식이 공매도 용도로 대여된다는 사실을 충분히 고지 받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했다. 신용거래설명서나 신용거래약관에 관련 내용이 간접적으로 명시돼있긴 하지만 사실상 투자자가 이를 인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또 증권금융과 증권사가 수수료를 독식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증권사는 대주과정에서 30일 만기 기준으로 연 5~8%에 달하는 이자와 대주업무 수수료 등을 받는다. 증권사는 대주 서비스 이용 고객에게 대주매각대금 0.5~1% 수준의 이용료를 지불하지만 정작 실제 주식을 빌려주는 주주에게 돌아가는 몫은 없는 셈이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지금까지의 신용대주 제도는 고객 정서와는 배치되는 면이 있다"며 "증권금융이 뚜렷한 통보 없이 고객에 빌려준 주식에 대한 의결 및 대여 등의 권리를 가진다는 점은 다소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말했다.

논란이 불거지자 증권금융과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은 대주거래 서비스를 중지하고 빠르면 11월 내로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계획이다. 지난 25일에는 증권금융과 증권사 실무자들이 만나 대책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신용거래 주식 보유자의 사전 동의 △수수료 배분 등 두 가지가 주로 논의됐다.

업계에 따르면 고객 동의가 이뤄진 주식에 한해 대주 재원으로 사용하고, 신용대주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를 고객에게 배분을 하거나 이를 감안해 신용융자 이자를 낮춰주는 방안이 논의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증권금융 관계자는 "현재 금융당국과 증권사와의 실태파악을 통해 동의 및 수수료 문제 이외에도 개선점을 찾고 있다"며 "거래 과정에서 고객 불편사항이 있다면 얼마든지 제도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