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란법 한달 '떡·만원·복분자' 서면신고 12건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일명 김영란법)이 시행된 지 한 달째 경찰이 접수한 김영란법 서면신고는 12건으로 나타났다. 1만원짜리 현금부터 음료, 직접 담근 복분자주까지 다양한 물품이 김영란법 신고대상이 됐다.


112신고와 문의는 시행 초기 하루 최대 80건까지 몰렸으나 한 달 만에 하루 5건 이하로 줄어들었다. 경찰이 직접 인지한 김영란법 사건도 1건으로 나타났다.

경찰청은 김영란법 시행 이후 27일 0시까지 접수한 서면신고는 12건, 112신고는 289건이라고 밝혔다.

서면신고 12건은 전부 공직자 등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내용이다. 부정청탁 관련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경찰은 외부 공직자에게 금품을 건넨 사건 5건은 수사부서에서, 경찰관이 민원인이나 지인으로부터 받은 금품을 반환한 뒤 자진신고한 사건 7건은 감찰부서에서 다루도록 했다.

구체적으로는 수사부서 5건은 관내 경로당 회장 160명을 접대하는 행사를 진행하다가 신고를 당한 신연희 서울 강남구청장, 부산지역 공무원 등이 대상이다. 경찰은 신 구청장에 대해 "김영란법 위반이 아니다"라고 결론을 냈고 이달 4일 접수한 부산지역 공무원에 대해서도 "법 시행 전 일을 신고한 것"이라며 내사 종결할 예정이다.


경찰관이 당사자인 감찰사건 7건 가운데 3건은 법원에 과태료 처분을 의뢰했다. 법시행 첫날 고소사건 담당 경찰에게 4만5000원짜리 떡 한 상자를 건넨 민원인을 춘천지법 과태료 재판에 넘겼다.

서울 영등포경찰서 소속 경찰에게 감사 표시로 1만원을 건넨 70대 노인과 음주소란으로 조사를 받은 뒤 담당 경찰 책상에 100만원이 든 봉투와 명함을 놓고 간 70대 의사에 대해서도 과태료 처분을 의뢰했다.

6만원 짜리 홍삼음료 한박스를 건넨 민원인, 택시요금 시비를 처리해 준 경찰에게 시비가 붙었던 요금 4만원을 주고 간 승객 등에 대해서도 과태료 처분을 검토하고 있다.

일선 경찰서 직원이 평소 알고 지내던 상급청 직원에게 직접 담근 복분자주를 택배로 보내 신고대상이 되기도 했다. 경찰은 두 사람 사이 직무 관련성이 없고 복분자주의 가액이 4만원 상당인 점을 고려, 김영란법 시행령 상 5만원 이하 선물인 것으로 판단해 사건을 종결할 방침이다.

삽화=임종철 디자이너

112신고 289건은 대부분 김영란법에 대한 문의다. 의사나 간호사에게 음료수나 간단한 선물을 줘도 되는지, 가족끼리 10만원 넘는 식사를 해도 되는지, 환갑잔치에서 3만원 이상 식사를 제공해도 되는지 등이다.

현장 출동한 112 신고는 1건이다. 집행유예 기간 중이던 절도 피의자로부터 구속되면 변호사를 선임해달라는 부탁과 함께 200만원을 받은 일반인이 김영란법 위반 여부를 물어본 사건이다. 경찰은 일반인은 김영란법 적용대상이 아니라는 사실을 안내하고 사건을 마무리했다.

하루 신고 건수는 법 시행 초기인 지난달 30일에 80건까지 치솟았다. 이후 점차 하락세를 보여 이달 21일 이후에는 하루에 0~3건 남짓이 접수됐다.

경찰이 직접 인지한 김영란법 사건도 1건이다. 이달 17일 한 공기업 부산 지역사무소 간부 A씨의 사무실에 민원인 B씨가 100만2000원이 든 봉투를 놓고 간 사건이다. A씨의 습득물(유실물) 신고를 받은 부산 사하경찰서는 민원인 B씨가 100만원 초과 금품에 대해선 형사처벌을 하는 김영란법을 악용한 것으로 보고 청탁금지법 혹은 뇌물공여 혐의에 대해 내사에 착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