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뚜라미, 보일러 안전 위한 고집…20년 만에 '빛'

머니투데이

강경래 기자

#지난달 12일 경주에서 국내 관측 이래 가장 강한 규모 5.8의 강진이 발생한 이후 보일러업체인 귀뚜라미의 콜센터에 전화가 빗발쳤다. 일주일간 무려 3500여 통의 문의 전화가 걸려왔다. 대다수 문의 전화의 내용은 '지진이 발생한 후 보일러가 작동을 멈췄다'는 것. 귀뚜라미 측은 "보일러 고장이 아니다"며 "보일러가 지진을 감지하고 자동적으로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안전을 확인한 후 재가동 버튼을 누르면 다시 정상 가동한다"고 설명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귀뚜라미가 경주 지진으로 인해 뜻 밖의 주목을 받고 있다. 20년 전부터 자체 개발·생산하는 모든 가스보일러 제품에 내장한 지진감지기와 가스누출탐지기 등 독자적인 안전장치가 빛을 발했던 것.

우리나라도 더 이상 지진의 안전지대가 아니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국내 주거문화의 주류를 이루고 있는 고층아파트 및 오피스텔에 설치된 보일러의 안전 문제도 크게 부각되고 있다.

귀뚜라미 보일러에 내장한 지진감지기는 4~5도 지진이나 주변 공사로 인해 진동이 감지됐을 경우 보일러 가동을 정지시켜 폭발이나 화재 등 2차 피해까지 막아준다. 가스누출탐지기는 가스 누설에 의한 폭발과 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보일러 가동을 정지시키고 가스 누출을 알려준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안정장치들을 적용하다보니 경쟁사에 비해 보일러 가격이 다소 비싸다"며 "최저가 입찰이 적용되는 아파트 건설 현장에도 안전장치가 3~5%가량 원가를 높이는 요인이지만 '보일러는 안전이 기본'이라는 철학은 포기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도 이제 지진 등으로부터 안전한 지역이 아닌 상황이 된 지금 소비자들은 보일러를 선택하는 기준에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뿐 아니라 '가안비'(가격 대비 안전성)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