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뒤늦게 특수본 구성…총장에만 보고 과연?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 관련 의혹에 대해 '형사부에서도 수사할 수 있다'던 검찰이 결국 특별수사본부를 구성했다. 이미 정치권에서 특별검사 도입에 어느정도 합의가 된 상황이어서 '뒷북'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대검찰청은 27일 기존 미르·K재단 의혹 수사팀에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검사 이원석) 전원을 추가로 투입해 특별수사본부를 설치했다. 본부장에는 이영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임명됐으며 수사 검사는 11~12명이 될 전망이다. 특별수사본부가 꾸려진 건 '이용호 게이트'와 '삼성 비자금 사건'에 이어 역대 세번째다.

검찰은 최초 이 사건이 접수됐을 때 사건을 형사8부(부장검사 한웅재)에 배당했다. '사건의 성격상 특수부에 배당해야 하는것 아니냐'는 지적에도 "형사부에서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선을 그어왔다.

이후 검찰은 최씨와 관련된 여러 의혹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수사팀을 보강하지 않고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는 뒤로 제쳐놓은 채 참고인 조사만 이어갔다. 수사에 속도를 내지 않은 것이다. 최씨가 박근혜 대통령의 연설문 등을 미리 받아봤다는 보도가 나온 이후에야 수사팀을 보강하고 뒤늦게 압수수색에 나섰다. 이 사이 최씨는 종적을 감췄고 관련 사무실들은 문을 닫았다.

특별수사본부는 사건이 접수된지 28일 후, 의혹이 제기된지 수개월이 지난 시점인 이날에서야 꾸려졌다. 김수남 검찰총장이 "철저하게 수사해 신속하게 진상을 규명하라"고 했지만 설득력이 없어 보이는 이유다.


앞으로의 검찰의 수사는 기존 두 재단 관련 의혹과 최씨의 딸 정유라씨의 이화여대 입학 및 학사관리 의혹, 청와대 문건 유출 경위 등에 모아질 전망이다. 우선은 최씨가 두 재단의 돈을 마음대로 유용했는지 등에 수사력을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대통령을 수사해야 한다는 주문에 대해서는 검찰은 여전히 선을 긋고 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전날 국회에서 "대통령은 헌법상 재직 중 형사소추를 하지 않기 때문에 수사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게 다수설"이라고 밝혔다. 이날 이 지검장 역시 "대통령은 형사소추 대상이 아니다"고 강조했다.

검찰은 다만 청와대의 수사개입 논란을 원천 차단하기 위해 특별수사본부의 수사 진행 사항은 보고받지 않기로 했다. 특별수사본부는 수사가 끝난 뒤 결과만 김 총장에게 보고할 방침이다. 그러나 한 법조계 관계자는 "보고를 안받는다고 수사상황이 청와대로 흘러가지 않을 것이라는 보장이 없다"며 "검찰은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욱 신경쓰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이날 미르·K스포츠재단 이사장 사무실과 주거지, 문화체육관광부, 한국관광공사 내 창조경제사업단 사무실 등 모두 7곳을 압수수색했다. 전날에는 최씨와 관련된 사무실과 거처 등 모두 9곳을 동시 압수수색했다.

사건의 핵심 인물인 최씨는 여전히 독일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씨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의혹을 부인하며 "죄가 있다면 받을 것은 달게 받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신경쇠약 등을 이유로 귀국이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김현웅 법무부장관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최씨의 신병 확보와 관련 "최씨의 국내 송환을 위한 모든 조치를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김 장관은 "형사사법 공조는 국가간 기밀유지 의무가 있어서 공개적으로 말하기는 어렵지만 그쪽과 긴밀한 공조작업을 하고 있다"며 "철저하고 공정하게 수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