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치 바닥' 한진해운 미주노선, 현대상선 단독 입찰 예상

한진해운 소유 빈 컨테이너박스들을 가득 실은 '한진시애틀호'가 지난 14일(현지시간) 미국 시애틀 'T-46터미널'에 정박해 있다./사진=황시영 기자

28일 마감되는 한진해운 (12원 ▼26 -68.4%) 미주노선 예비입찰에 현대상선 (15,270원 ▲610 +4.16%)이 사실상 단독입찰할 것으로 보인다.


2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미주노선 예비입찰에 현대상선 외에는 대형 입찰자가 없을 전망이다.

현대상선은 유창근 사장이 미주·유럽 전략회의를 마치고 27일 귀국하는 대로 예비입찰 서류를 준비해 28일 예비입찰을 위한 인수의향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현대상선 관계자는 "예비입찰에 참여해 실사를 거친 후 본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해운업계에서는 가치가 '바닥' 수준으로 떨어잔 한진해운 미주노선 예비입찰에 현대상선이 참여하는 것이 '울며 겨자먹기'라고 보고 있다. 현대상선은 이미 미주노선을 16곳 보유하고 있어서 한진해운 미주노선과 상당 부분 겹치는데다, 앞으로 '2M' 얼라이언스 본계약 체결 등 경영정상화를 위한 자금 확보에 집중하고 있어서 한진해운 미주노선 인수를 위한 자금까지 추가로 내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개시(9월 1일) 이후 현대상선이 한진해운 미주노선 등 유무형의 자산을 흡수하도록 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국내 중견 선사인 고려해운, 장금상선, 흥아해운 (3,200원 ▲265 +9.03%) 등 3곳이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전 참여를 검토한다는 설도 나왔지만, 그동안 아시아노선만 운영해왔던 이들 중견선사들은 새로운 사업진출에 대한 불확실성과 자금 부담 외에도 한진해운 미주노선이 가치가 없다는 이유로 예비입찰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머스크, MSC 등 글로벌 1, 2위 선사들은 이미 각각 10곳이 넘는 미주노선을 갖고 있고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자체적으로 미주노선 확장에 나서서 굳이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인수할 이유가 없다.

한진해운 미주노선은 한진해운이 미주노선 글로벌 점유율 3~4위일때만 해도 한해 매출이 3조~4조원에 달하는 핵심 영업망이었으나, 법정관리 개시(9월 1일) 이후 물류대란 및 화주이탈로 가치가 급속도로 떨어지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한진해운 법정관리 전과 후의 미주노선 가치는 하늘과 땅 차이"라며 "법정관리 전에야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차지할 경우 글로벌 7% 점유율을 바로 확보할 수 있다는 매력이 있었지만 지금은 화주가 모조리 이탈해 의미가 없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글로벌 선사들은 미주노선 관련 IT시스템과 노선, 인력을 이미 다 보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때문에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법원이 미주노선에 추가적으로 유형의 자산인 해외터미널 등을 더해서 매각 재공고를 낼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으나, 법원 관계자는 "예비입찰은 28일 마감이며 매각 재공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한진해운을 법정관리중인 서울중앙지법 파산6부는 지난 14일 한진해운 미주노선을 매물로 내놨다. 매물에는 미주노선 물류 시스템과 해외 자회사 7곳, 컨테이너선 5척(6500TEU급), 관련 인력 등이 포함돼 있다.

법원은 28일 오후 3시까지 인수의향서를 받은 뒤 예비실사(31일~11월 4일)를 거쳐 11월 7일 본입찰을 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