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 걸어 잠그고 4일간 난상토론"…시진핑은 무엇을 얻었나?

중국 시진핑 주석의 ‘1인 권력’ 강화를 위한 최대 분수령으로 꼽혔던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6중전회)가 27일 베이징 징시호텔에서 폐막됐다. 이번 회의는 특히 내년 공산당 제19차 전당대회(5년 단위)와 시 주석 집권 2기(2018~2022년)를 앞두고 그가 마오쩌둥 전 주석이나 덩샤오핑 전 주석에 버금가는 1인 권력 강화에 나설 수 있느냐로 주목 받았다.

시 주석은 예상대로 ‘시진핑 핵심’이라는 용어를 공식화하며 1인 권력 강화에 성공했다. 중국 공산당이 최고 지도자에게 ‘핵심’이라는 용어를 쓴 것은 후진타오 전 주석 이래 14년만이다.


그러나 이번 회의에서는 ‘집체영도’(집단지도체제)나 ‘민중집중제’(인민민주주의 바탕 아래의 권력 집중 행사) 같은 당 본연의 체제에 대해서는 어떤 일이 있어도 수호해야 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의 핵심은 인정하지만 그의 절대적 권력은 불허한다는 의미다. 이번 6중전회에는 공산당 중앙위원 197명과 후보중앙위원 151명 등 중국 공산당 최고 지도부가 총출동해 당의 당면 과제와 국가 현안을 놓고 난상토론을 벌였다.

◇시진핑 권력 강화의 상징, '시 핵심' 공식화


이날 회의 폐막 후 공산당이 내용을 정리해 발표한 공보는 “시진핑 동지를 당 중앙의 핵심으로 삼아 당 간부들이 몸소 실천하고, 확고히 추진하는 전면적인 종엄치당(엄격히 당을 다스림)으로 당의 사상과 제도를 결합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공보는 마지막 대목에서 또 한번 “모든 당 동지들은 시진핑 동지를 당 중앙의 핵심으로 삼아 긴밀하게 단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권력에서 ‘핵심’이라는 용어가 처음 등장한 것은 천안문 사태를 진압한 1989년 6월이다. 당시 덩샤오핑은 “제1세대 영도집단의 핵심은 마오쩌둥이었고, 2세대 핵심은 자신이며, 3세대 영도집단 핵심은 장쩌민”이라며 “‘장쩌민을 핵심으로 하는 당 중앙’을 만들어 중국을 통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후 후진타오 시절 권력 장악력이 떨어지며 이 핵심이라는 용어는 사라졌다. 시 주석은 그러나 14년간 잊혀졌던 핵심이라는 용어를 이번 회의에서 부활시키며 자신의 권력 강화를 알렸다.


◇권력 나누는 '집단지도체제' 수호도 강조

하지만 견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공보는 특히 “민주집중제는 당 조직 구성의 근본원칙으로 당내 정치를 전개하는데 중요한 보장제도”라며 “집체영도 체제를 유지하며, 업무와 책임을 서로 나누고 결합하는 체제를 수호해야 한다”고 밝혔다.

민주 집중제는 반드시 시종일관 견지해야 한다는 입장도 비쳤다. 당초 중화권 일부 언론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시 주석의 1인 권력이 강조되며 집체영도 체제를 약화시키는 결정이 나올 수 있다고 봤지만 결과적으로 이 예측은 빗나갔다.

◇'종엄치당', 시주석 상징 '반부패' 더 탄력

그러나 일부에서는 시 핵심이 공식화된 것 만으로도 시 주석의 집권2기에 힘이 실릴 것이라고 진단한다. 시 주석이 남은 5년의 임기 동안 반부패를 통해 자신이 원하는 방향대로 정계를 끌고 갈 수 있다는 것이다.

6중전회는 이를 입증하듯 시 주석의 상징으로 꼽히는 ‘종엄치당’(엄격한 당 관리)과 ‘8항 규정’(당 간부의 근검절약을 강조한 규정)을 더 강화해 반부패 수위를 높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미 시진핑 정부 출범 이후 최근 3년여간 당원 101만명이 기율 위반으로 처벌 받았지만 앞으로 반부패 칼날은 한결 예리해질 전망이다.

이날 공보는 “중앙위원회 중앙위원과 정치국 위원, 정치국 상무위원 같은 당 고위간부들이 당내 정치생활의 규범을 더 잘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보는 이어 “종엄치당의 원칙 하에 당 기율을 지키는데는 모두가 평등하며, 누구에게도 특권이나 예외가 있어서는 안된다”고 했다. 반부패를 주도하는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에 한결 힘이 실린 대목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새로운 상무위원, 시 주석 인물로 등용할 듯

시 주석은 강력한 반부패로 대중의 지지를 확보한 뒤 곧바로 내년 가을 제19차 당 대회에서 상무위원 7명의 명단을 바꿀 전망이다. 중앙 정치국 상무위원 7명은 중국 권력 서열 1~7위를 차지하는 막강한 파워를 갖는다. 차기 최고지도자도 여기서 나온다.

현재 7명의 상무위원 중 시 주석과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나머지 5명은 내년 당 대회에서 ‘7상8하’(67세면 유임되고, 68세면 은퇴한다) 원칙에 따라 물러나야 한다. 장더장 전국인민대표회의 상무위원장과 위정성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 류윈산 중앙서기처 서기, 왕치산 기율위 서기, 장가오리 상무 부총리가 퇴임 예정 인물이다.

시 주석은 이들 대신 자신의 심복을 등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벌써부터 리잔수 당 중앙판공청 주임과 왕후닝 중앙정책연구실 주임, 자오러지 중앙조직부장 등이 상무위원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 7상8하 원칙에 걸리는 왕 서기를 반부패 공로를 들어 상무위원에 유임시킬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시 주석이 당 핵심이 된 상황에서 상무위원 임명과 거부에도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왕 서기가 퇴임하더라도 기율위 내부에 미치는 그의 정치적 영향력은 그대로 작용할 것”이라며 시 주석이 무리하게 7상8하 원칙을 깰 이유는 없다고 지적한다.

어떤 방식이 됐든 시 주석은 퇴임 후에도 자신의 정치적 영향력을 극대화할 발판을 마련할 것이고, 비 시진핑 세력인 장쩌민파와 공청단파가 위기감을 느껴 시 주석을 더 강하게 견제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한편 공보에 따르면 이번 회의에서는 기율 위반 문제로 왕민 전 랴오니성 당서기와 뤼시원 전 베이징시 부서기 , 뉴즈중 전 무장경찰부대 부참모장, 판창미 전 란저우 군구 부정치위원의 당적을 박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