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렉시트 이전으로 돌아간 채권시장..11월도 찬바람

주요국의 물가가 상승(인플레이션)하면서 채권 시장 인기가 시들해지고 있다. 국내외 국채 가격은 지난 6월 브렉시트 이전 수준까지 떨어진 상황이다.

28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0년물은 1.777%로 지난 6월23일(현지시간) 영국에서 브렉시트 결정된 이전(1.747%) 수준 보다 높아졌다.
채권 금리가 상승한다는 것은 가격이 떨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채 장기물은 국내 기관투자자들의 탄탄한 수요로 금리 변동폭이 작았지만 최근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 중단기물인 국고채 3년물은 1.438%로 지난 6월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하향하기 전 수준(1.378%)보다도 높아졌다.


한국 뿐만이 아니다. 미국, 독일, 영국 국채 모두 브렉시트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27일 미국의 10년만기 국채수익률은 전일대비 6.0bp 상승한 1.854%를 기록, 5개월래 최고치를 나타냈다. 독일 10년물 국채금리는 0.17%로 9pb 올랐고 동일 만기 영국 국채금리는 10.1bp 상승한 1.250%를 기록했다.

국내외 국채 금리를 끌어올리고 있는 배경으로는 인플레이션이 꼽힌다. 브렉시트로 인한 경제 타격을 우려해 각국 중앙은행은 기준 금리 인상 시기를 늦추거나 하향하는 등 채권 시장에 우호적인 정책들을 내놓았으나, 9월 이후 유가가 반등하면서 물가가 상승하고 있다. 물가가 상승하면 경기 회복 신호로 받아들일 수 있어 경기부양책이 중단될 수 있다. 안전자산 선호 심리에 국채에 몰렸던 투자자금도 매도로 돌아설 수 있다.

미국의 9월 CPI(소비자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3% 상승했고, 전년 동기 대비로는 1.5% 상승해 2014년 10월 이후 최대 상승률을 기록했다. 유로존의 9월 CPI도 전년 대비 0.4% 상승했다. 글로벌 IB(투자은행)들은 주요국의 물가 상승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블룸버그 조사에 따르면 올해 G8(주요 8개국)의 인플레이션은 1%, 내년에는 1.9%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세계 최대 채권운용사 핌코는 최근 물가가 지속 상승할 것이라며 보다 방어적인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고 일부 모기지와 물가연동국채, 회사채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국내 국채 선물 시장에서도 외국인의 매도세가 감지되고 있다. 외국인은 지난 20일부터 3년 만기 국채선물 12월물을 연일 순매도하고 있다. 이 기간동안 누적 순매도 계약은 2만228계약에 달한다. 10년 만기 국채선물 12월물도 최근 3일간 8019계약을 순매도했다.

다만 시장 전문가들은 원자재 가격이 추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지 않고 4분기 국내 경기도 부진할 것으로 예상돼 국내 채권시장이 본격적인 약세장으로 진입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재형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외국인의 국채선물 매도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채권시장 수급 여건에 대한 불안감이 높다"면서도 "달러 강세와 원자재 시장 약세로 금리 상승 속도는 조절될 것"이라고 말했다. 윤여삼 미래에셋대우 연구원도 "국내 물가상승은 경기 개선보다는 공급요인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이 주도하고 있다"며 "금리가 큰 틀에서 바닥을 친 것은 맞지만 내년 1분기까지 차익실현에 나설 정도의 기회는 남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