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시행된 학교체벌 전면금지… 6년 지난 지금은?

"거짓말을 했잖아 니가!"

동영상 속 한 성인 남성이 초등학생의 뺨을 거칠게 때렸다. 아이는 그대로 넘어졌고 남성은 넘어진 아이를 발로 찼다. 남성은 학생의 담임 선생님이었다. "니가 일을 모면하기 위해서 멋대로 거짓말을 해 일이 이렇게 됐잖아!"


남성은 아이의 가슴팍을 밀치고 어깨를 앞뒤로 세게 흔들었다. 그 힘이 어찌나 셌던지 아이는 뒤로 밀려나다 결국 교실 밖으로 나가게 됐다. 교사는 그래도 화가 풀리지 않는지 욕을 하며 소리를 질렀다. "나쁜xx. 천하의 나쁜xx."

◇학교 내 체벌 전면 금지...왜?
2010년 7월 서울 동작구의 한 초등학교 교사가 학생에게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영상이 공개됐다. 이 영상은 같은 반 학생이 몰래 촬영해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해당 교사가 학생을 왜 때렸는지에 대한 이유는 알려지지 않았다.

다만 동영상 속 교사 오씨의 폭력성은 학교내에서 이미 유명했다. 그의 별명은 오장풍. 아이들의 몸을 날리고 바닥에 내동댕이칠 정도로 학생을 체벌한다는 의미에서 생긴 별명이었다. 가슴팍 밀치기, 벽에 머리 찧기, 내동댕이치기, 걷어차기, 풍차 돌리기 등이 그의 주특기였다.


심지어 혈우병에 걸린 학생을 폭행해 학부모의 신고가 접수된 적도 있었다. 혈우병은 상처가 나면 지혈이 되지 않아 사소한 멍이나 출혈을 조심해야 하는 질병이다. 학부모들이 불만을 제기하고 나서자 학교는 외부에 일이 알려지지 않도록 조용히 처리하려고 했다.

이전부터 교사의 무차별적 폭행이 문제됐던 상황에서 해당 사건이 터지자 학교 내 체벌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결국 서울시교육청은 관내 모든 초·중·고교 내 체벌을 모두 금지키로 했다.

이에 따라 그해 11월1일부터 교사가 도구를 이용한 체벌은 물론 기합 등 신체를 이용한 체벌, 학생끼리 체벌을 강요하는 행위 등이 금지됐다. 경기도교육청에선 이보다 먼저 체벌 전면 금지를 시행했다.

체벌 전면 금지가 시행된 지 6년. 물론 교육 현장에서 완전히 체벌이 사라진 건 아니다. 지난해 서울시교육청이 인권정책연구소 등에 의뢰해 실시한 학생인권실태조사 결과, 서울 초·중·고교생 10명 중 2명은 학교에서 체벌을 받았고 3명은 교사에게 언어폭력을 당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소인수 학급 등 제도적 기반 마련 먼저 됐어야"…교사들, 현실적인 어려움 호소
하지만 반대의 경우도 적지 않다.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는 '요즘 초등학생들은 선생님도 때린다'라는 제목의 짧은 동영상이 올라왔다.

칠판 앞에는 여교사와 한 남학생이 말다툼을 하고 있었다. 잠시 교사가 한눈을 판 사이 이 학생은 탁자 위 머그컵을 교사에게 던지려고 했다. 놀란 여교사가 학생을 제지했지만 이 학생은 교사의 몸을 밀치거나 팔을 크게 휘두르며 때릴 듯한 시늉을 했다. 교사를 한쪽 구석으로 밀어붙이고 목을 조르기도 했다. 여교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이처럼 최근에는 일부 학생들이 교사 지도에 응하지 않거나 반말, 심지어 욕설을 퍼붓고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교사들은 "체벌 금지는 당연하지만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선 현실적으로 어려운 제도"라고 하소연했다. 일부 문제 학생의 경우에는 제재할 방법이 없어 지도를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고 털어놨다.

서울시내 중학교 교사로 근무하는 A씨(45)는 "선생님들은 수십명이나 되는 아이들의 교육은 물론 보육을 같이 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 많은 아이들을 교사 혼자, 체벌도 없이 통제하도록 했으면 다른 대안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게 전혀 없다"고 지적했다.

이 교사는 "나 역시 아이들과 눈 한번 더 맞추고 싶고 아이들 개인 특성과 눈높이에 맞춰 따뜻하게 교육하고 싶다"며 "하지만 학생이 문제 행동을 했을 때 제재할 수 있는 기준이나 제도가 없는 상황에서 무조건 처벌하지 않는 것은 현실과 동떨어진 제도다. 우선적으로 학급체제를 소인수로 바꾸는 게 급선무"라고 말했다.

경기도 내 한 초등학교 교사인 B씨(28)는 "반 아이들 30명 중 1명이 흥분하면 다른 아이들 2~3명도 같이 흥분해 문제를 일으키곤 한다"며 "이 상황에서 교사로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고 했다.

이 교사는 "교장·교감도 실질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그저 담임이 잘 지도하라는 방침이 전부이고 나머지 피해입은 학생들의 학부모가 전화 혹은 방문해 불만을 제기해도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답답해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