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7년 전 오늘…광주서 학생 항일운동 일어나다

87년 전 오늘(1929년 11월3일) 전라도 광주에서 일어난 첫 학생 항일운동(학생의거)이 일어났다. /사진=국가보훈처

"학생, 대중이여 궐기하라! 용감한 학생, 대중이여! 전사여 힘차게 싸워라."(광주 학생 항일운동 격문)

87년 전 오늘(1929년 11월3일) 전라도 광주에서 일어난 첫 학생 항일운동(학생의거)은 19년째 식민지 곳곳에 쌓여온 분노와 울분을 드러냈다. 일본 남학생들이 여고생 3명을 희롱하는 사건으로 시작된 불꽃은 들불이 돼 전국으로 번졌다.


사건의 발단은 4일 전 기차역에서였다. 광주에서 출발해 나주역에 도착한 통학열차에 타고 있던 일본인 중학생들은 광주여자고등보통학교(광주여고) 3학년 박기옥. 이금자. 이광춘 등의 댕기머리를 잡아당기며 모욕·조롱했다.

열차에서 내리던 박기옥의 사촌 남동생 박준채(광주고등보통학교 2학년)는 이를 목격하고 일본 학생들과 난투극을 벌인다. 주변에 있던 일본, 한국 학생들까지 가담하면서 50~60명이 뒤엉켜 아수라장이 됐다.

경찰이 출동했지만 오히려 문제는 더 커졌다. 경찰은 일본 학생들의 편을 들었고 한국 학생들을 폭력 진압했다. 싸움이 벌어진 기차역 현장은 정리됐지만 이 소식이 알려지면서 학생들의 분노는 극에 달했다. 20년 전 설립돼 수탈행위가 극에 달한 동양척식주식회사 등에 대한 분노까지 겹쳤다.


대표적 여성 독립운동가 허정숙은 이 소식을 듣고 광주를 찾아 희롱당한 여학생들과 박준채 등을 면담한 뒤 항의시위 추진을 촉구했다. 그는 서울(경성)에서도 이화여자전문학교 등 여학교를 찾아 동맹휴학과 만세운동을 주도했다.

이윽고 쌓여있던 분노는 폭발했다. 특히 11월3일은 개천절(음력 10월3일)과 일본 메이지 천황을 탄생일(명치절)이 겹친 날이었다. 이날 행사에서 학생들은 일본국가 기미가요가 연주됐지만 침묵했고 하굣길에 가두시위를 벌였다.

경찰의 탄압은 불에 기름을 붓는 셈이었다. 경찰은 시위에 참여한 학생 70여명 중 60여명을 구속했다. 학생들은 더 거세게 반발했다. 서울에서 내려온 학생들까지 가담해 같은 달 12일 오전 2차 시위를 벌인다.

일반 시민들도 공분했다. 특히 3·1운동 10년째를 맞아 학생 뿐 아니라 사회단체와 국민들도 참여했다. 조선·동아일보 등에선 학생탄압에 대한 비판기사를 보도하기도 했다.

이후 독립운동단체 신간회 등이 참여하면서 학생들의 분노는 전국으로 퍼져갔다. 이들은 언론·집회의 자유와 식민지 교육 철폐, 연구의 자유 보장 등 9개 항목을 주장했다.

독립운동은 그해 12월과 이듬해 1월까지 전국 곳곳에서 열렸다. 10년 전 열린 3·1운동 이후 가장 오랫동안 대규모로 열린 항일 운동이었다. 학교는 190여개, 5만명이 넘는 학생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독립 후 이날은 '학생의 날'로 제정됐다. 이후 1973년 정부기념일이 간소화 되면서 폐지됐다가 1984년 부활됐다. 부활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시위가 열릴 것을 우려해 통제하기도 했다. 이후 2006년 '학생독립운동기념일'로 이름이 변경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