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업계 든든한 '빽'…불황 속에 선전하는 '백'

빈폴액세서리 '베리백' 화보/사진제공=삼성물산 패션부문

직장인 이수정씨(31)는 올해 의류 구입비를 대폭 줄였다. 패션에 관심이 많아 매 시즌 최신 트렌드에 맞는 신상품을 구매해 왔지만 생활비 부담이 가중되면서 의류 쇼핑 횟수를 줄였다. 대신 상대적으로 가격 부담이 적은 액세서리 쇼핑을 즐긴다.


이씨는 "의류는 가격이 비싸고 유행에 민감한 반면 가방 같은 액세서리는 적은 비용으로도 전체 스타일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아이템"이라며 "심플한 디자인의 가방에 스트랩이나 폼폼(방울 모양의 털장식) 등을 탈·부착하는 등 여러 가지 스타일로 연출할 수 있어 실용적"이라고 말했다.

국내 패션 기업들이 액세서리 신상품 출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경기 침체와 함께 '가치소비'(자신이 지향하는 가치를 포기하지 않으면서 가격과 만족도가 높은 소비 성향)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옷보다 가방, 모자 등 액세서리 소비 증가세가 높기 때문이다.

삼성패션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액세서리 시장 규모는 2조7900억원으로 전년 대비 5.4% 성장할 것으로 추정된다. 올해 전체 패션 시장이 38조9000억원으로 3.7% 신장이 예상되는 것에 비해 높은 수준이다. 최근 2~3년 사이 패션 시장의 성장률은 둔화되고 있지만 액세서리 시장은 매년 5~10%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질스튜어트 액세서리 2016 F/W 화보/사진제공=LF

◇얼어붙은 패션 시장…삼성·LF 가방은 '완판'=삼성물산 패션부문, LF (14,270원 ▼220 -1.52%) 등 패션 대기업들도 저성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액세서리 사업이 자존심을 세워주고 있다. 올 가을 시즌에 선보인 신상품들이 화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물산 패션 부문의 빈폴액세서리는 올 가을 시즌 '베리백'을 선보였다. 8월 말에 처음 선보였는데 출시 10주 만에 5000개 이상 판매됐다. 지난해 브랜드 모델인 수지가 디자인에 직접 참여한 '보니백'이 출시 4개월 만에 1만개 판매고를 올리며 '잇백'(It Bag) 반열에 올랐는데 '베리백'도 그 인기를 이을 것으로 기대된다.

또 다른 액세서리 브랜드 '일모'에서 출시한 '티모(Timo)라인 토트백’'도 10주 만에 완판됐다. 현재 3차 재주문이 진행 중이며 예약주문까지 넘쳐날 정도로 인기가 뜨겁다. 삼성물산 관계자는 "'베리백'과 '티모라인 토트백'은 클래식과 캐주얼 등 어떤 스타일에도 잘 어울리는 고급스럽고 심플한 디자인이 인기 비결"이라고 말했다.

LF의 헤지스 액세서리와 질스튜어트 액세서리 신상품도 인기가 예사롭지 않다. 질스튜어트 액세서리 '마들렌 그레이 토트백'은 출시 한 달 여 만에 완판됐다. 영화 '아가씨'로 주목받은 신예 배우 김태리를 브랜드 모델로 기용했는데 모델 효과를 톡톡히 봤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액세서리 브랜드 매출도 늘었다. 헤지스 액세서리는 지난달 기준 매출이 30% 신장했다. 질스튜어트 액세서리도 20% 증가하며 2010년 론칭 이후 매년 두 자릿수 성장했다. 한섬의 액세서리 브랜드 덱케는 지난 9월까지 매출이 95% 늘었고 랑방컬렉션 액세서리도 목표대비 20% 높은 성과를 보이고 있다.

랑방컬렉션 액세서리 미니백/사진제공=한섬

◇최근 2~3년새 액세서리 시장 급성장…'가치소비' 고객 늘어=최근 2~3년 사이 액세서리 시장이 급성장하며 패션 기업들도 이 사업에 힘을 싣고 있다. 직장인들의 비즈니스 캐주얼 복장이 확대되는 것과 맞물려 의류보다 가방, 모자 등 액세서리에 눈을 돌린 고객이 늘고 있어 이들을 공략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LF는 액세서리 성장세에 크래쉬배기지, 닷드랍스, 버켄스탁 등 다양한 액세서리 전문 브랜드를 추가로 론칭했다. 패션그룹형지는 실적이 저조한 아웃도어 사업을 접고 계열사를 통해 새롭게 론칭한 '장 샤를 드 가스텔 바쟉'을 통해 잡화 사업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액세서리 전문 브랜드로 출발한 MCM은 꾸준히 성장해 의류 상품군까지 사업을 확대했다.

기존 액세서리 브랜드는 실용적인 소비 트렌드를 반영해 숄더백과 토트백으로 사용할 수 있는 투웨이(2-way)백과 다양한 디자인의 스트랩을 교체해 사용할 수 있는 상품을 내놓고 있다.

조보영 LF 액세서리부문장 상무는 "가치소비 성향이 짙은 가방, 지갑 등 액세서리 아이템은 경기와 무관하게 꾸준히 수요가 있기 때문에 패션 기업에겐 더 없이 매력적"이라며 "액세서리 브랜드를 확장하고 상품군을 강화하면서 사업을 키우는 이유"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