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금자산, 인출까지 고려한 전략이 필요한 때

OECD 34개국 평균 근로소득자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은퇴시기에 53%으로 권고수준인 70%에 많이 못 미치고 있다. 우리나라는 39.3%로 영미권(영국 21.6%, 캐나다 36.7%, 미국 35.2%)보다 높거나 비슷하지만, 복지 인프라가 우수한 북유럽권(네덜란드 90.5%, 아이슬란드 69.2%)보다는 낮다. (OECD, Pension at a glance 2015)

이와 같이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는 인구 고령화와 저금리 시장상황으로 인해 연금 재정운용이 위협받고 있다 보니 연금 재정 안정화를 위한 노력 또한 절실한 상황이다. 연금수령 기간은 유지하되 물가연동계수를 낮추거나 세금과 기여율을 높이는 방안을 실행하는 등 다양한 전략들이 시도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연금자산의 안정성과 수익성 확보를 취지로 ‘사적연금 활성화 대책(2014.8)’을 실행 중에 있다. 안정성 확보 측면에서 총급여가 5500만원 이하로 낮은 근로자에게 연말정산 세액공제를 최대 16.5%까지 확대하고 연 700만원까지 세액공제 한도를 늘렸다. 그 결과 IRP(개인퇴직연금) 개인납입액이 전년대비 5배나 증가한 부분은 괄목할 만한 성과다. (금융감독원, 2015)


하지만 수익성 향상 측면에서 성적표는 다소 초라하다. 연금자산의 56.5%를 대표적인 원리금보장상품인 예금에 투자하여 장기 투자 수익률이 하락하는 결과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2008년 5%대에서 2009년 2%대로, 2016년 6월에는 1.25%로 떨어진 추이만 지켜보아도 연금자산의 수익성 저하는 이미 예견된 일이다.

OECD국가의 평균 수익률은 9.7%로 우리나라의 2.6%와 차이가 극명하다. 그 차이는 ‘전략적 자산배분’ 실행 여부에 달렸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실제 OECD 국가의 연금자산 자산배분은 주식 40%, 채권 27%, 예금 3.3%, 기타 29.7%으로 나타나는데, 우리나라가 예금 56.5%, 기타 34.6%, 채권 9%, 주식 0%인 것과는 대조적이다. (OECD, Pension at a glance 2013)

전통적인 수익률 개선 방안이 주로 운용단계에서 적용되었다면 앞으로는 인출단계에서도 수익률 향상을 위한 전략적 접근을 시도해 볼 만 하다. 은퇴는 빨라지고 연금 수령 기간은 장기화 되다 보니 연금화(annuitization) 기간에도 수익성을 놓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종신연금 형태의 인출 외에도 다양한 지급옵션이 부가된 소득인출형 상품을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소득인출형 상품은 일부 연금수령형, 펀드 좌수분할형, 잔존금액 운용형 등 인출단계의 ‘전략적 자산배분’이 실행 가능한 형태이다.

영국은 연금을 일시금으로 수령하면 패널티 성격의 과세(55%)를 적용했으나, 작년에 그 규제를 완화해 연금 인출에 대한 자율성을 확보하였다. 여기에서의 시사점은 저금리 시장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해 연금인출의 자율성을 확보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연금 지급비율은 4%대로 낮은 편이지만 현재의 저금리를 고려할 때 반드시 전액 연금 수령만이 정답은 아니다. 개개인의 준비현황과 시장상황을 고려해 운용단계에서부터 인출단계까지 고려한 연금 전략이 필요한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