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 보인 차은택 "국민들께 정말 죄송"..시민들 "모자 벗겨"

현 정부 '비선실세' 최순실(60·구속)씨 최측근이자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씨 /사진=임성균 기자

"정말 죄송합니다. 저 하나때문에 이렇게 많은 분들께 심려를 끼쳐드리고 물의를 일으켜 진심으로 죄송합니다. 정말로 깊이 반성하고 있고, 검찰에 가서 정말로 성실되게 진실되게 조사받고 모든 것을 솔직하게 말씀드리겠습니다. 믿어주십시오. 정말 모든 국민들께 정말 죄송합니다."

'비선 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60·구속)와의 친분관계를 바탕으로 여러 사업에서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을 받는 '문화계 황태자' 차은택씨(47)가 8일 밤 국민들 앞에 서서 눈물을 쏟아냈다.


차씨는 이날 밤 10시18분 인천국제공항 입국장 밖으로 나왔다. 검정색 모자와 검은 뿔테 안경을 쓴 채 어두운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100여명의 취재진이 순식간에 그를 둘러쌌다. 그는 감정을 조절하기 힘든 듯 어렵게 입을 뗐다.

차씨는 "한 말씀만 해달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저 하나로 인해서 이렇게 물의를 일으켜드려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울먹였다. 최순실씨와의 관계를 묻는 질문에는 "정말로 죄송하다", "정말 이번 기회에 많이 느끼고 깨닫고 반성하고 있다", "검찰에서 사실대로 말씀드리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박근혜 대통령과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차씨의 목소리는 더 떨렸다. 그는 "(대통령을) 공식적인 자리에서 몇번 뵌 적이 있다"고 말했고, "개인적으로 만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전혀 없다"며 연거푸 죄송하다는 말을 반복했다. 또 "독대한 적 없느냐"는 질문에는 "정말 없다"며 흐느꼈다.


이 외에도 차씨는 문화부 장·차관 인사개입 의혹,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과의 관계 등을 묻는 질문에는 "절대 그런 일이 없다"고 밝혔다. "우 수석을 아느냐"는 질문에는 "아니다"라고 답했다.

차씨는 이날 입국하기 전까지 중국과 일본 등에 머물렀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드라마 촬영 때문에 (중국에) 갔다가 이 일이 나서 마음이 복잡해서 그냥 혼자 있었다"고 말했다.

차씨가 모든 인터뷰를 마치고 검찰이 준비한 차량에 이동하려하자 일대는 말 그대로 난장판이 됐다. 공항 직원, 검찰 관계자들, 취재진이 한 데 뒤섞였다. 검찰 차량까지 고작 100m도 안 되는 거리를 지나는 데 10분에 가까운 시간이 걸렸다.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도 차가웠다. 차씨가 이동하자 일부 시민들은 "모자를 왜 쓰게 놔둬. 모자 벗겨"라고 소리쳤다. 특히 "죽여라"라는 등의 과격한 표현도 들렸다. 차씨 쪽을 호기심어린 표정으로 바라보던 외국 여행객들도 많았다.

유명 광고감독인 차씨는 2014년 8월 대통령 직속 문화융성위원회 위원으로 임명된 이후부터 2년여 동안 각종 문화정책 사업, 인사에 관여하고 특혜를 누렸다는 의혹을 받는다. 검찰은 이날 밤 10시10분 차씨를 공동강요 등의 혐의로 체포했다. 차씨는 서울중앙지검으로 압송된 뒤 각종 의혹과 관련한 검찰 조사를 받을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