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이틀 앞으로 다가왔지만…"공부해서 뭐하나"

"능력 없으면 니네 부모를 원망해. 있는 우리 부모 가지고 감 놔라 배 놔라 하지 말고. 돈도 실력이야. 남의 욕하기 바쁘니 아무리 다른 것 한들 어디 성공하겠니?"(과거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가 자신의 SNS에 남긴 글)

수능(17일)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고3 수험생들이 자괴감 혹은 무력감에 빠졌다. 신조어로 말하자면 '순실증'이다. 청와대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의 딸 정유라씨와 조카 장시호씨가 대학 입학 과정에서 엄청난 특혜를 받은 의혹이 나오면서 입시 제도에 대한 신뢰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15일 경기 수원의 한 여고생은 "공부를 잘해서 좋은 대학을 간다는 것 자체가 우리나라에선 성공하는데 큰 도움이 되지 않냐. 그래서 좋은 대학에 가려고 잠도 덜 자면서 공부했다"며 "이제는 '내가 공부한다고 될까. 공부해서 훌륭한 사람이 돼도 부정하게 성공한 사람 밑에서 그 일을 돕는 사람이 되겠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서울 노원구의 한 고등학생은 "시위에 나간다고 하니 부모님이 말리셨다. 내가 이런다고 세상이 바뀌지 않을테니 공부나 하라고 하신거다"라며 "물론 나 하나로 바뀌지 않을걸 알고 있다. 그래서 더 무기력하고 회의감이 든다. 앞으로도 이런 일이 반복될까 두렵다"고 말했다.

학부모나 교사들도 순실증에 빠진건 마찬가지다. 수도권 고등학교의 한 교사는 "우리나라 학생들은 어렸을때부터 안 됐다 싶을 정도로 놀지도 못하고 공부만 한다"며 "그런데 그들은 잘거 다 자고 놀거 다 놀면서 쉽게 갈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억울하다. 아이들한테 그래도 공부를 해야만 하는 이유를 설명하기도 서글프다"고 했다.


고등학생을 둔 학부모 김씨는 "서민들은 없는 돈에 자식하나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허리띠를 조이고 빚까지 얻어가며 아이들을 공부시킨다"며 "물론 돈 있고 권력이 있으면 다른 사람들보다 더 쉽게 좋은 자리에 오르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체계도 없이 엉망진창이라는 것엔 화가 나고 참 허무하다"고 지적했다.

대구에선 지난 5일 시국대회 발언대에 오른 18세 여고생이 "우리 청소년들은 이런 현실을 보며 '이러려고 공부했나, 자괴감도 들고 괴로울 뿐'"이라며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패러디하기도 했다. 해당 동영상은 SNS를 통해 확산되면서 수십만 건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공부의 신' 강성태도 학생들에게 "공부하지 말라"고 했다. 강성태는 지난달 29일 아프리카 TV에서 "죽어라 공부해도 학비가 없어 대학도 못가는 사람이 있다"며 "근데 누구는 비선실세 부모를 둔 덕분에 없던 티오를 만들어 대학에 합격했다. 이 지경인데 제가 어떻게 여러분한테 공부하란 이야기를 하겠냐"고 비판했다.

이어 "시스템이 망가지면 누군가 이를 시정하도록 나서야 하는데 청와대에 있는 공부 잘하고 유능한 사람들 중 아무도 그렇게 하지 않았다"며 "그렇게 공부 열심히 해서 (권력의) 개가 된 것"이라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