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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실 연주회 문 연 황병기 명인 "음악은 영혼 쓰다듬어야"

국립중앙박물관 '제1회 박물관 전시실 음악회' 첫 번째 연주자 황병기 명인…"국내서 전시실 연주회 처음"

문화를 일구는 사람들 머니투데이 김유진 기자 |입력 : 2016.11.11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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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야금 연주자 황병기(80) 명인이 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서 '제1회 박물관 전시실 음악회' 연주를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가야금 연주자 황병기(80) 명인이 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서 '제1회 박물관 전시실 음악회' 연주를 마치고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김유진 기자

따스한 조명 아래 미륵보살과 아미타불상이 지긋이 눈을 내리감고 내려다보는 곳. 국립중앙박물관에서 가장 아름다운 전시실 중 하나인 불교조각실에서 지난 9일 특별한 연주회가 열렸다. 박물관이 올해부터 야심차게 준비한 '박물관 전시실 음악회'의 첫 번째 주인공으로 가야금 연주의 대가, 황병기(80) 명인을 초청한 것.

머리가 하얗게 샌 노장은 은은하게 빛나는 한복을 입고 가야금을 무릎에 내려놓았다. 그가 고개를 한껏 숙인 채 현을 부드럽게 쓰다듬으며 인도의 향기가 나는 춤이라는 의미의 '침향무'를 연주했다. 음악이 울려퍼지자 어두운 전시실은 1000년 전 신라로 변했다.

"'침향'은 불교를 상징하는 인도산 향입니다. 동양의 향 가운데 가장 고귀하고 비싸지요. 이 향을 피워두고 신라 부처가 춤을 춘다면 어떨까, 하고 1974년 작곡했는데 부처님 조각 앞에서 연주를 하려니 감개가 무량합니다."

황 명인은 경기고-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엘리트 중의 엘리트'였지만, 6·25 전쟁 피난길에서 만난 가야금 소리에 크게 감명받고 국악인의 길을 걸었다. 그는 단순히 기존의 악보를 연주하는 것을 넘어, 국악을 서양 현대음악을 넘어서는 수준으로 끌어올린 창작 국악인이라는 찬사를 받았다.

인간의 원초적 공포와 현대 문명의 괴리를 그려 모두에게 충격을 준 아방가르드 음악 '미궁' 등 그의 작품 속에는 실험성이 다분했다. 한때 국내에서 금지곡으로 지목될 정도였지만, 유럽과 미국 등지에서 초청 공연이 잇따를 정도로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삶을 살았다.

황병기 명인과 김웅식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이수자가 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서 '침향무'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황병기 명인과 김웅식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고법 이수자가 9일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 불교조각실에서 '침향무'를 연주하고 있다. /사진제공=국립중앙박물관

그는 유럽 박물관 순회 공연을 할 정도로 전시실 공연은 익숙하지만, 국내에서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날) 연주한 '침향무'를 작곡했던 해, 유럽 가야금 순회 공연을 처음 열었어요. 마지막 연주 장소가 프랑스 파리의 국립기메동양박물관이었는데, 그 곳의 박물관 연주가 생각납니다."

그는 이날 연주회에서 연주된 3곡, '침향무'와 '밤의 소리' 그리고 '황병기류 가야금 산조'를 곡마다 소개하며 자신의 음악이 지닌 특징이 한 마디로 '재미 없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좌중에서는 웃음이 피어났다.

"음악에는 여러 기능이 있는데 대표적인 것 중 하나가 오락입니다. 그리고 또 하나는 우리의 영혼을 쓰다듬는 기능이지요. 저는 음악의 오락적 기능보다는, 영혼을 쓰다듬는 것이 훨씬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음악을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올해로 한국 나이 81세가 된 그는 근황을 묻는 질문에 "늙는 맛이 황홀하고 참 좋다"고 말했다. "솔직히 말씀드리면, 사람들이 제가 남긴 업적을 이야기하는데 저는 한 것이 별로 없다고 생각합니다. 세월의 흐름에 몸을 맡기고 살다 보니 노인이 됐을 뿐입니다."

김유진
김유진 yoojin@mt.co.kr twitter

머니투데이 문화부 김유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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