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품체조' '박근혜 그만두유'… 하야문화란?

'박근혜 퇴진'을 요구하는 민중총궐기 대회가 12일 서울 세종로·태평로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수십만명의 참가자가 촛불을 밝히고 있다./사진=사진공동취재단

"손을 배에 모으고 허리와 고개를 앞으로 깊이 숙입니다. 이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에게 검찰이 공손히 인사하는 모습을 본떴습니다…. '박근혜' 하면 팔을 펴면서 '하야'라고 외치면 됩니다."(늘품체조를 풍자한 '하품체조' 중)

최근 최순실씨의 국정 농단 사태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가 하나의 놀이문화로 승화했다. 모르쇠로 일관하는 최씨와 박근혜 정부, 민심을 읽지 못하는 국회 등 답답한 현실 속에서 온오프라인상 재치있고 의미심장한 발언들이 국민들의 공감대를 얻고 있는 것이다.


최근 열린 민중총궐기에선 본집회 전 하품체조가 등장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3억5000만원의 예산을 들여 만든 늘품체조를 빗대 주최 측이 3만5000원으로 만든 박근혜 대통령 하야 체조였다. 집회에 모인 수많은 사람들은 주최 측의 구령에 맞춰 팔을 뻗으며 "하야"를 외쳤다.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기원하는 체조는 또 있다. 한 예술 극단은 직접 만든 곡(이게 나라냐)에 맞춰 율동을 하는 하야체조를 유튜브에 올렸다. 이들은 "박근혜 퇴진을 기원하는 체조를 합시다. 하루 세번 하야체조를 하면 내 몸이 건강해지고 광장에 모여 하야체조를 하면 내 나라가 행복해집니다"라는 글을 올렸다. 동영상 속 배우들은 근엄하고 선동적이라기 보단 가볍고 우스꽝스럽게 체조를 이어갔다.

기존의 노래를 각색해 만든 각종 '하야곡'들은 온오프라인에서 확산되고 있다. 응원가로 유명한 '아리랑 목동'은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노래로 변신했고 뮤지컬·영화 '레미제라블'의 OST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do you hear the people sing)는 음원사이트에서 역주행을 하고 있다.


특히 레미제라블 OST는 국내 예술 대학의 학생들이 각색해 부른 동영상이 화제가 됐고 100만명이 모인 집회에서도 "너는 듣고 있는가 분노한 민중의 노래/ 다시는 노예처럼 살 수 없다 외치는 소리/심장박동 요동쳐 북소리 되어 울릴 때/ 내일이 열려 밝은 아침이 오리라"라는 노랫말이 울려퍼지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박 대통령의 발언과 국정농단 사태를 패러디한 팻말과 현수막은 누가 더 재치있는가를 경쟁하듯 매일 쏟아지고 있다. 한 봉사단체는 실제 두유에 풍자 스티커를 붙여 '박근혜 그만두유'를 배포했고, 디자인 대학생은 '아빠표 순실치킨. 나라 말아먹는 맛'이라고 쓰인 현수막을 내걸었다.

19일 광주 동구 5.18민주광장에서 박근혜 퇴진 광주 10만 시국촛불 대회가 끝난 뒤 시민들이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 /사진=뉴스1

박 대통령의 대국민담화 중 "내가 이러려고~했나. 자괴감이 들고"라는 문장은 유행어가 됐다. 온라인 뿐만 아니라 집회에 참석한 이들은 자유발언대에 올라 해당 발언을 패러디했다.

한 수험생은 "(정유라 명문대학 입학 소식에) 내가 이러려고 공부하나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라고 하는가 하면 초등학생은 "내가 이런 이야기 하려고 초등학교 가서 말하기를 배웠나 자괴감이 들고…" 등의 발언을 이어나갔다.

각 대학교 SNS에선 박근혜 정부와 국정농단에 대한 비판을 담은 '공주전' '박공주 헌정시' '시일야방성대곡' 등 패러디글들이 쏟아졌다.

과거 경찰과 대립하며 최루탄이 자욱했던 시위는 전 세계가 놀랄만큼 진정한 촛불문화제로 재탄생했다. 집회에는 자녀들과 함께한 가족이나 연인, 친구끼리 참가한 이들이 적지 않았다. 이들 손에는 화염병 대신 촛불이 들려졌고 일부는 쓰레기 봉투까지 준비해와 바닥에 떨어진 쓰레기를 주웠다.

연예인들도 하야 문화에 적극 동참하고 있다. 김미화·김제동·전인권·이승환·조PD·크라잉넛 등은 집회에 참여해 연설과 무대 공연을 펼쳤고 힙합 가수들은 힙합 장르 특유의 거친 가사와 욕설이 섞인 현실풍자랩을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