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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대 '최순실계', 도피 중에도 곗돈 납부한 이유

[행동재무학]<161>그들은 왜 '황제계'에 가입했을까?

머니투데이 강상규 소장 |입력 : 2016.11.20 08:00|조회 : 115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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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행동재무학(Behavioral Finance)은 시장 참여자들의 비이성적 행태를 잘 파악하면 소위 알파(alpha)라 불리는 초과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설명한다.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부산 해운대 엘시티 비리로 구속된 이영복 회장이 국정농단 혐의를 받고 있는 최순실씨와 함께 억대 '계모임'을 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민심이 들끓는 가운데 부산에서 초대형 비리 사건이 터졌습니다. 바로 '부산 해운대 엘시티' 사건입니다. 부산 해운대구의 금싸라기 땅에 3조원짜리 최고층·최고급 아파트 등을 짓는 사업에 정·관계 로비가 얽혀있다는 게 의혹의 골자입니다.

여기에 누구나 이름을 대면 알 만한 유력 정치인 여럿이 연루됐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민심은 더욱 악화되는 상황입니다. 엘시티의 실질 소유주로 알려진 이영복 청안건설 회장은 500억원 이상의 회삿돈을 빼돌려 조성한 비자금으로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부산 엘시티 사건에서도 최순실씨의 이름이 나오면서 국민들을 또 한번 충격에 빠뜨리고 있습니다. 바로 이영복 회장이 최순실씨와 억대 '황제 계모임'을 함께 했다는 사실이 밝혀진 것입니다.

게다가 검찰 수배를 피해 도피생활을 하는 와중에도 이영복 회장은 매달 1000만원에 달하는 곗돈을 빠짐없이 납부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더욱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이 계모임에는 강남 재력가 20여명이 계원으로 있는데 최순실씨 언니 최순득씨도 포함돼 있다고 합니다. 최순득씨의 딸인 장시호씨는 최순실씨를 등에 업고 각종 체육계 이권에 개입했다는 의혹과 함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자금을 횡령한 혐의로 체포된 인물이지요.

부산 엘시티 비리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전통적인 민간 금융거래인 계모임이 세간의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도대체 얼마나 대단한 계모임이길래 이영복 회장이 도망다니면서도 매달 1000만원의 곗돈을 꼬박꼬박 냈는지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사실 계모임은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 친목 강화와 목돈 마련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만들어진 오래된 민간 금융거래로 불법은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계는 계원들이 매달 일정한 금액을 불입하고 정해진 순번대로 곗돈을 타는 구조로 돼 있습니다. 단 곗돈을 탈 때는 따로 돈을 불입하지 않고 곗돈을 탄 다음부턴 기존 금액에 추가 납입금을 더해 불입하는 게 보통입니다.

이때 먼저 곗돈을 타가는(=순번이 빠른) 사람은 수령한 금액보다 불입한 액수가 더 많습니다. 반대로 곗돈을 나중에 타가는 사람일수록(=순번이 늦을수록) 불입한 액수 보다 수령한 금액이 많아지게 되지요.

즉 곗돈을 먼저 타가는 사람은 일종의 차입자가 되고 나중에 타가는 사람은 대출자가 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친분이 있는 11명이 계를 조직해 매달 1000만원씩 총 10번을 납부하는 계를 가정해봅시다. 이때 곗돈을 탈 때는 따로 돈을 불입하지 않고 곗돈을 탄 다음부턴 추가로 100만원을 납부합니다.

보통 계주에게 순번 1번을 주고 계주는 추가 납부금 없이 매달 1000만원만을 불입합니다. 이러한 특혜를 주는 이유는 계주가 계모임을 관리하는 책임을 지기 때문입니다. 이를 '계주 프리미엄'이라 합니다.

그러면 순번 2번의 계원은 총 1억900만원을 불입하고 1억원을 수령해 불입액수가 900만원 많습니다. 이 900만원은 곗돈을 먼저 탄 것에 대한 일종의 이자비용에 해당됩니다.

반대로 순번 11번의 계원은 총 1억원을 불입하고 1억900만원을 수령해 수령금액이 불입액수보다 900만원 많습니다. 순번 11번 계원은 앞에 있는 순번 계원에게 돈을 빌려주고 나중에 곗돈을 타는 대신 대출이자를 받는 셈입니다.

이처럼 계는 친분이 있는 개인들끼리 자연스럽게 대출자와 차입자를 연결해서 서로 돈을 빌려주고 받는 순수한 민간 금융거래입니다. 게다가 현금으로만 거래되고 이자수익에 대해 세무당국에 신고를 하지 않기 때문에 세금을 납부할 필요도 없습니다.

하지만 100% 계원들의 신용을 믿고 돈 거래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 사고가 나면 계원들은 고스란히 손해를 떠앉을 수 밖에 없습니다. 손해를 따로 보상받을 길이 없지요.

따라서 계모임은 서로 모르는 사람들과는 절대 같이 할 수 없습니다. 100% 믿을 수 있고 친분이 있는 사람들끼리만 모여서 하는 게 정석입니다. 새로운 계원을 들일 때도 철저하게 신용을 체크합니다. 여기서 계주의 신용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계는 계주가 곗돈을 들고 튀거나 계원이 정해진 금액을 불입하지 않으면 계모임이 깨지게 됩니다. 따라서 계가 한번 시작되면 끝날 때까지 무슨 수가 있더라도 곗돈을 불입해야 합니다.

엘시티 비리로 구속된 이영복 회장이 도피 중에도 '최순실계'에 꼬박꼬박 곗돈을 납부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마찬가지로 최순실씨도 딸 정유라씨와 함께 독일로 피신했을 때 분명 곗돈을 빠짐없이 불입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았다면 억대 '황제계'는 벌서 깨지고 말았겠지요. 그럼 당연히 강남 억대 '황제계'가 깨졌다는 사고 뉴스가 나왔을테고요.

요즘도 계주가 곗돈을 들고 튀면서 억대 계모임이 깨졌다는 뉴스가 가끔 나올 정도로 계는 사고도 많고 위험이 높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요즘은 예전만큼 계모임이 많지 않습니다. 그러나 강남 일대에는 아직도 억대 계모임이 여전히 존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이영복 회장과 최순실씨가 가입한 강남의 억대 '황제계'도 그 중의 하나입니다.

그런데 계는 중간에 금융기관이 끼지 않고 개인들끼리 직접 금융거래를 한다는 측면에서 현대사회에서 새롭게 각광받고 있는 P2P(개인간거래) 대출과 유사합니다.

계와 P2P대출 모두 은행 정기예금의 3~4배 고수익을 거둘 수 있고, 또 대출자와 차입자가 서로의 신용을 믿고 직접 돈 거래를 합니다. 계는 계주가 중개하는 역할을 하고, P2P대출은 P2P업체가 중개 역할을 맡습니다. 둘 다 어디까지나 중개 역할을 할 뿐 금융거래 책임이 없습니다.

따라서 계원 중 한명이 곗돈을 불입하지 않거나 P2P대출의 차입자가 원리금을 상환하지 못해도 계주나 P2P업체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반면 은행 등 금융기관은 대출자와 차입자가 직접 거래를 하는 게 아니라 금융기관이 중개업체가 돼 금융기관의 신용 하에 거래가 이뤄집니다. 따라서 차입자가 파산을 해도 은행은 대출자에게 은행의 자본으로 원리금을 보장해줍니다.

계와 P2P대출의 차이는 이자수익에 대한 세금납부에 있습니다. 개인간 금융거래라 하더라도 P2P대출은 이자수익에 대해 25%의 세율로 세금을 납부해야 합니다. 제도권 금융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계는 여전히 비제도권 민간 금융이라 이자수익에 대해 세금을 부과할 방법이 없습니다.

P2P대출은 요즘같은 저금리시대에 10%대의 고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크게 각광을 받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계도 고수익 재테크 수단의 하나입니다.

그러나 이영복 회장이나 최순실씨가 은행예금의 3~4배의 고수익을 노리고 억대 '황제계'에 가입했을 거라고 보여지지 않습니다. 그렇다고 그들이 급전이 필요해서 계를 한 것은 더더욱 아니었을테고요.

그렇다면 친목 도모의 목적 밖에는 없는데요. 그러나 언론에 보도된 내용에 따르면 최순실씨나 이영복 회장이 계원들과 별로 친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이영복 회장은 '황제계'에 가입한 것은 맞지만 최순실씨와는 모르는 사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은 곗돈만 납부했지 매달 점심모임에는 참석한 일이 없다고 말합니다.

최순실씨도 계모임에 나와선 계원들을 불편하게 하고 벌컥 벌컥 화를 내서 성격이 괴팍한 사람으로 통했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참으로 이상합니다. 친분이 있고 100% 믿을 수 있는 사람들끼리 하는 계모임에 최순실씨와 이영복 회장은 왜 가입했을까요? 함께 하는 계원도 모르고 계모임에 참석하지도 않고 계원들을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이 왜 이 강남 억대 '황제계'에 들어 있는 건지 도무지 종잡을 수 없습니다.

그런데 이 억대 '황제계'도 곧 깨질 판입니다. 최순실씨와 이영복 회장 둘다 구속됐고, 검찰이 계주인 김모씨의 자택을 압수수색했다고 하니 계모임이 깨질 수 밖에 없겠지요. 계원이 20명이 넘는다는데 여기저기서 곡소리가 나겠네요. 이들은 최순실씨 국정농단 사태와 이영복 회장의 비리에 관련되는 걸 두려워해서 아마 하소연도 제대로 못할 것으로 보입니다.

※ 이 기사는 빠르고 깊이있는 분석정보를 전하는 VIP 머니투데이(vip.mt.co.kr)에 2016년 11월 20일 (07:19)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강상규
강상규 mtsqkang3@mt.co.kr

대한민국 창업가와 벤처기업을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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