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순실 게이트‘ 후폭풍…‘찍힌’ 김연아, ‘협박’ 당한 박태환

'피겨 여왕' 김연아. /사진=뉴스1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두 스포츠 영웅이 비협조적이라는 이유로 정부로부터 ‘협박’당하거나 ‘찍히는’ 등 수난을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최순실 게이트’의 후폭풍으로 나타난 이 사례들은 정부가 추진하는 행사에 참석하지 않거나 정부의 입맛대로 움직이지 않으면 바로 불이익을 줬다는 점에서 스포츠계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피겨 여왕’ 김연아(26)는 ‘문화계 황태자’로 불리는 차은택씨가 주도한 늘품체조 시연회 참석을 거절한 뒤 정부로부터 피해를 봤다. 2014년 11월 26일 박근혜 대통령이 참석한 늘품체조 시연회에 문체부 지시를 받은 체조협회는 김연아를 초청했다. 김연아는 그러나 이 초청을 거절했고, 이후 대한체육회는 ‘2015년 스포츠영웅’에서 그를 제외했다.

최순실씨 조카 장시호씨의 측근은 한 방송에서 장씨가 “김연아는 찍혔다. 찍혔어, 안 좋아”라고 얘기했다. 김연아는 당시 시연 행사에 초청 제안을 받았지만, 평창올림픽과 유스올림픽 홍보로 정신이 없어 거절했다.

이후 대한체육회가 선정하는 ‘2015 스포츠영웅’에서 김연아는 12명의 후보 중 인터넷 투표에서 82.3%의 득표율을 차지하며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최종심사에서 규정에 없던 나이 제한을 이유로 배제됐다.

'마린 보이' 박태환. /사진=이기범 기자

‘마린 보이’ 박태환은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 출전 자격을 따놓고도 정부 고위직의 출전 포기 강요를 받아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박태환 측은 지난 5월 25일 김종 전 문화체육관광부 제2차관과 만난 자리에서 김 전 차관이 “(올림픽) 출전을 포기하면 기업 스폰서와 연결해 주겠지만, 출전을 강행하면 불이익을 주겠다”고 발언한 녹취록을 일부 공개했다.


김 전 차관은 이어 “기업 스폰서도 내가 약속해줄 수 있고, (박태환의 모교인 단국대) 교수도 해야 할 것 아니냐. 교수가 돼야 뭔가 할 수 있어”라고 올림픽 포기 대가로 얻을 선물들을 나열했다.

선물을 받지 않을 경우 얻게 될 불이익도 빼놓지 않았다. 김 전 차관은 “앙금이 생기면 단국대학이나 기업이 부담 안 가질 것 같아? 대한체육회와 싸워서 이겨도 이긴 게 아니다”며 “기자들 다 신경쓰지마. 딱 내가 원고 하나 써서 그거 읽고 끝! 그리고 질문 없습니다. 대답하지 마.”라고 덧붙였다.

지난해 금지약물 복용이 적발된 박태환은 징계가 풀린 뒤 올림픽 출전 자격을 얻었지만, 대한체육회가 ‘도핑 적발 선수는 3년간 대표가 될 수 없다’는 조항을 들어 선발을 거부했다. 박태환은 이에 맞서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고, 국가 대표 자격을 회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