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 1000억 여성복 브랜드로 키운 이서현의 뚝심

삼성물산 패션부문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가 올해 '1000억원 브랜드' 반열에 오른다. 최근에는 미국과 캐나다 유명 백화점 및 편집숍에서 신상품을 주문받아 내년부터 북미시장에도 본격 판매된다.

4일 삼성물산 패션부문에 따르면 '구호' 매출이 올해 연말 1100억원을 달성할 전망이다. 구호는 1997년 정구호 디자이너가 론칭한 여성복 브랜드다. 2002년 제일모직(현 삼성물산 패션부문) 패션연구소 부장으로 입사한 이서현 사장이 주도해 2003년 인수했다. 인수 당시 매출규모 60억원에 불과했지만 2012년 700억원대 진입, 지난해 800억원 수준으로 키웠다.


구호 브랜드 인수로 '빈폴' '갤럭시' 등 남성복이 주축을 이뤘던 사업 포트폴리오에도 변화가 일었다. 2001년 빈폴에서 별도 라인으로 론칭한 '빈폴레이디스', 2009년 론칭한 '르베이지'와 함께 여성복 '삼각편대'를 이뤄 동반 성장하는 발판이 됐다.

삼성은 구호를 글로벌시장에서 존재감 있는 브랜드로 키우기 위한 노력을 지속했다. 이를 위해 패션 종주국 미국시장에도 도전장을 냈다. 2004년 뉴욕에 연락사무소를 두고 현지 시장 조사에 착수, 2010년 법인으로 승격해 글로벌 사업의 기틀을 만들었다.

2010년과 2011년 컬렉션 라인 '헥사 바이 구호'로 뉴욕에 4차례 패션쇼를 진행했지만 사업 성과는 미미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낮은 상태에서 고가 명품 전략을 펼친 것이 패인으로 지목됐다.


브랜드를 만든 정구호 디자이너가 회사를 떠난 뒤에도 투자를 지속했다. 뉴욕법인을 통해 현지 시장을 깊이 있게 분석했다. 패션도 실용성을 추구하는 미국 소비자들과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추구하는 국내 소비자들까지 사로잡는 디자인으로 진화했다.

올해 초 20~30대 직장인을 겨냥한 '에딧 라인'을 론칭해 기존 4050세대 중심의 고객층이 젊은 여성 고객들로 확장됐다. 매출도 전년 대비 30% 증가(10월말 기준)하는 등 국내 백화점 여성복 브랜드 부문에서 주목받았다.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현지 사이즈체계를 도입했다. 품질은 높이면서 가격은 상의 20만~30만원대, 하의 30만원대, 코트 60만~90만원대 등 합리적으로 책정했다.

뉴욕 법인에 쇼룸(Show room)을 마련해 프레젠테이션 이후에도 바이어들과 소통한 결과 최근 미국과 캐나다에 있는 노드스트롬(Nordstrom)과 내년 신상품 입점 계약을 마쳤다. 캐나다 유명 온라인 편집숍 센스(Ssense), 홍콩의 레인크로퍼드(Lane Crawford) , 싱가포르의 클럽21(Club 21) 등에서도 내년 신상품을 주문했다. 런던, 파리 등 유럽 주요 백화점 및 편집숍과도 계약을 추진 중이다.

구호는 2020년까지 매출 2000억원을 달성해 글로벌 여성복 브랜드로 거듭나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박지나 삼성물산 패션부문 구호 팀장은 "미국 컨템포러리시장 공략에 이어 유럽과 홍콩·싱가포르 등 패션 관여도가 높은 국가와 도시에 구호를 알리는 데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