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퇴진? 진짜 싸움은 그때부터다"

3일 오후 2시 서울 청계광장 인근에서 '87청년과 16청년, 광장에서 만나다' 토론회가 열렸다. /사진=김민중 기자

"1987년 6월 항쟁 후 30년이 지났는데 왜 또 우리는 거리에 서야 하나"
"박근혜 대통령이 즉각 물러나면 민주주의가 바로 설까"

촛불민심이 거세게 타오를수록 꼭 짚어야 할 질문들을 놓고 '1987년 청년'과 '2016년 청년'들이 머리를 맞대고 있다.


당장 눈앞의 불의에 분개하고 이를 해소하는 것도 필수적이지만 보다 근본적인 구조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자체보다 퇴진 이후가 더 중요하다는 목소리다.

전국교수연구자비상시국회의 등 3개 시민단체는 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청계광장에서 '87청년과 16청년, 광장에서 만나다' 1차 토론회를 개최했다.

토론에는 강남훈 한신대 경제학과 교수, 손호철 서강대 정치외교학과 교수, 이조은 청년참여연대 활동가, 이지수 민주주의디자이너 대표 등이 참여했다.


교수들(87청년)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에서 범죄를 저지른 당사자들만 처벌받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라고 입을 모았다. 박 대통령을 앞세우고 뒤에서 이득을 챙긴 기득권 구조를 근본적으로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다.

손 교수는 "6월 항쟁 때를 되돌아봐야 한다"며 "당시 시민들은 항쟁을 통해 전두환 정권으로부터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이끌어냈지만 이후 야권은 김대중과 김영삼 세력으로 분열돼 결국 전두환 세력인 노태우에게 대통령직을 안겨줘야 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도 박 대통령 한 명을 끌어내는 데만 급급하면 실질적인 비리세력 교체에 실패할 수 있다는 경고다.

기회가 왔을 때 문제의 원인을 제대로 뜯어고치지 않으면 비극은 반복된다는 설명이다. 강 교수는 "과거 87년 6월 항쟁 당시 상당수 시민들은 직선제만 요구하느라 이후 어떤 사회를 만들지 요구하지 못했다"며 "그래서 30년가량 뒤인 지금 다시 이런 시민항쟁이 일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에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두 교수는 'N포 세대'(취업, 결혼 등 셀 수 없이 많은 것들을 포기해야 하는 세대)로 상징되는 젊은이들까지 대거 집회에 나선 현 상황에 대해 감탄하기도 했다.

손 교수는 "우리 때는 완전고용이 돼 생존 걱정 없이 시위를 할 수 있었지만 요즘 젊은이들은 취업에 필요한 스펙을 쌓느라 시간이 없을 것 같다"며 "그럼에도 시위 참여 열기가 뜨거우니 대단하다"고 말했다.

'2016년 청년'을 대표해 나온 이 대표는 "그만큼 현 정부의 상황이 심각하다는 증거"라며 "생존을 극도로 위협하는 경제적 상황을 해결하기 위해 거리로 나온 면도 있다"고 답했다.

이 밖에도 이날 토론 참여자들은 집회에서 폭력은 어느 수준까지 용인될 수 있는지, 집회에서 여성·장애인 같은 소수자에 대한 혐오차별 논란 등에 대해서도 생각을 나눴다.

2차 토론회는 다음 주말 촛불집회가 열리는 10일 오후 2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