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 등장, "朴대통령 지키자" 보수 맞불집회

3일 오후 서울 여의도공원 인근에서 보수단체 회원들이 박근혜 대통령 퇴진에 반대하는 맞불집회를 열었다./ 사진제공=뉴스1

대통령 퇴진에 반대하는 보수단체 맞불집회가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렸다.

참석자 대부분은 60~7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애국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시민들도 많았지만 다행히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는 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앞에서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국민의 외침'이란 이름으로 대통령 퇴진 반대 시위를 개최했다.

집회에는 박사모를 포함해 박정희 대통령 민족문화 선양회, 영남향우회, 대한민국 미래연합 등 20여개 보수단체가 참가했다. 주최 측 추산 3만7000여명이 모였다.

모인 사람들은 대체로 60~70대 이상이었다. '탄핵반대 하야반대' '촛불로 지른 장난, 나라 잃고 후회한다' 등 현 시국에 대한 여론과 반대되는 내용의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대한민국 좌파들이 세상을 바꾸려고 반쯤 미쳐있다"며 "종북 좌파에서 빨갱이로 진화한 쓰레기형 좌파를 모조리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3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 수행 도중 인턴 성추행 파문으로 사퇴한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도 이날 맞불집회에 나왔다.

윤 전 대변인은 "아직 박근혜 대통령의 (특별검사) 수사는 시작조차 하지 않았는데 벌써 탄핵안을 운운하는 건 대통령에 대한 배반이자 배신"이라고 말했다.

이어 "알몸으로 인턴을 성추행했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로 종북 반미세력과 쓰레기 언론이 나를 생매장했다"며 "당시 윤창중을 난도질한 언론과 야당의 도끼 자루가 지금은 대한민국을 난도질하고 있다. 쓰레기 언론이 만든 촛불에 맞서 대한민국 보수가 들고 일어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3일 오후 서울 중구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앞에서 박사모 등 보수단체가 대통령 퇴진에 반대하는 맞불집회를 가졌다./ 사진=윤준호 기자

지나가는 시민들은 싸늘한 시선으로 바라봤다. 대학생 한현지씨(21·여)는 "지금 같은 시국에 보수를 운운하며 청와대를 비호하는 사실 자체가 소름 돋도록 무섭다"고 밝혔다.

직장인 김운호씨(43)는 "무엇이 진실이고 무엇이 정의인지 모르는 사람들 같다"며 "괜히 분노해서 뭐라 하기보다는 아예 무시하는 게 답"이라고 말했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4시쯤 촛불집회가 열리는 종로구 광화문광장 방면으로 행진했다. 가는 도중 한 남성이 "탄핵 반대가 말이 되냐"며 시위대에 난입해 태극기 깃대를 부러뜨리는 등 일부 마찰도 있었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행진도 광화문광장에 못 가 멈췄다. 촛불집회 참가자들과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종로2가 사거리에서 우회를 당부했고 시위대는 다시 동대문으로 돌아갔다.

다른 보수단체 '애국단체협의회'는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시위를 개최했다. 주최 측 추산 2000명에 달하는 극우성향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였다.

마찬가지로 대부분 60~70대 이상 노인들로 구성된 참석자들은 정해진 좌석에 앉아 집회를 이어갔다.

여의도공원을 지나가던 시민들이 박근혜 대통령 하야를 외치자 일부 보수집회 참가자들이 이들을 밀치며 욕설을 내뱉기도 했다.

매 주말 맞불집회가 열린 서울역 광장에서도 보수단체 '새로운 한국을 위한 국민운동'이 이날 오후 3시 탄핵반대 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 5000명이 모였다. 참가자들은 행진 없이 집회만 열었고 다른 시민들과 큰 충돌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