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즉각 퇴진" 더커진 분노…시위대 90만 돌파

3일 오후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열린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 촛불집회 참석자들이 촛불을 높이 들고 있다. 주최 측은 오후 6시30분 기준 참여인원이 90만명이라고 추산했다. /사진=뉴스1

12월 첫 주말 박근혜 대통령 즉각 퇴진을 요구하는 시민들이 또다시 광화문 광장을 가득 채웠다. 여섯 번째 주말 촛불집회지만 열기는 여전했다.

눈비가 내렸던 지난 주말 집회 때와 달리 포근하고 맑은 날씨에 아이와 함께 나온 가족 참가자들이 더욱 늘었다. 잘못을 인정하지 않았던 주중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는 시위 열기에 기름을 부은 듯 시민들의 숫자는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박근혜정권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3일 오후 6시부터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에서 '촛불의 선전포고-박근혜 즉각 퇴진의 날 6차 범국민행동'(6차 촛불집회)을 열었다. 10월 29일 서울에서 첫 대규모 주말 촛불집회가 열린 이후 매주 열리는 6번째 시위다. 이번 집회는 서울 외에도 대구, 울산, 제주 등 전국 26개 지역에서 동시다발로 진행된다.

본 집회가 시작된 오후 6시30분 기준 시위대 숫자는 90만명(주최측 추산)을 넘어섰다. 본 집회를 몇 시간 앞둔 시점부터 서울 도심 일대 거리들은 시위대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광화문역과 시청역, 경복궁역 등 인근 지하철역들은 계속해서 몰려드는 시민들로 움직이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오후 6시40분 현재 시청 앞에서 광화문 광장까지는 물론 청와대 100m 앞까지 대열이 이어져 있다. 종각, 서대문 방면으로도 참가자는 빠르게 증가한다.


퇴진행동 관계자는 "지난주 최대 시위(서울 150만명)보다 같은 시간대 참여자 수가 더 많다"고 밝혔다.

여전히 시민들은 평화 시위 기조를 지키며 질서를 유지하고 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촛불과 핫팩(손난로) 등으로 어둠과 기온 하락에 맞서고 있다.

본 집회 이후 저녁 7시부터는 다시 청와대 방면으로 2차 행진이 진행된다. 밤 9시부터 자정까지는 청와대 주변 등에서 자유발언과 정리집회가 예정돼 있다.

법원은 사상 처음으로 청와대 100m 앞까지 집회·행진을 허용했다. 현행법상 청와대 100m 이내에서는 집회·시위를 할 수 없다. 참가자들은 이날 오후 4시부터 청와대를 포위하는 '에워싸기' 행진을 시작했다.

행진 선두에 선 세월호 유가족들은 청와대가 보이자 오열했다. 시민들은 청와대를 에워싸고 '박근혜는 퇴진하라', '방 빼라' 등 구호를 외쳤다. '임을 위한 행진곡'을 틀고 함께 부르기도 했다. 시위 참가자와 경찰 간 충돌은 없었다.

시위대는 오후 6시 청와대 앞에서 국화를 던지며 "박근혜 국가는 죽었다"고 선언했다.

앞서 대통령 퇴진에 반대하는 극우단체 맞불집회도 서울 도심 곳곳에서 열렸다. 참석자 대부분은 60~70대 이상 고령층이었다. '애국 보수'를 자처하는 이들에게 싸늘한 시선을 보내는 시민들도 많았지만 집회는 큰 충돌 없이 마무리됐다.

'박근혜 대통령을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극우단체는 3일 오후 2시 서울 중구 동대문 디자인 플라자 앞에서 '헌정질서 수호를 위한 국민의 외침'이란 이름으로 대통령 퇴진 반대 시위를 열었다. 집회에는 박사모를 포함해 박정희 대통령 민족문화 선양회, 영남향우회, 대한민국 미래연합 등 20여개 보수단체가 참가했다. 주최 측 추산 3만7000여명이 모였다.

주최 측은 "대한민국 좌파들이 세상을 바꾸려고 반쯤 미쳐있다"며 "종북 좌파에서 빨갱이로 진화한 쓰레기형 좌파를 모조리 북한으로 보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다른 극우단체 '애국단체협의회'는 이날 오후 2시 여의도 산업은행 앞에서 시위를 개최했다. 주최 측 추산 2000명에 달하는 극우성향 보수단체 회원들이 모였다. 마찬가지로 대부분 60~70대 이상 노인들로 구성된 참석자들은 정해진 좌석에 앉아 집회를 이어갔다.

경찰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전국 258개 중대 소속 경찰병력 2만명을 동원했다. 율곡로와 사직로, 자하문로, 효자로, 삼청로, 세종대로, 종로, 새문안로 등 집회·행진 구간의 차량 통행은 통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