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국책銀 총대 멘 대우조선, 시중銀 지원사격"

금융당국이 대우조선해양에 대한 시중은행의 지원을 주문했다. KDB산업은행 등 국책은행 차원의 자본확충이 마무리된 만큼 시중은행도 경영정상화에 동참해 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또 최근 마무리한 중소기업 위험 평가를 토대로 ‘부실중소기업’에 대해선 강도 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라고 당부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최근 시중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을 불러 내년도 가계대출 방향, 중소기업 구조조정 방향 등에 대해 논의했다. 이날 회의는 박세춘 금감원 부원장이 주재했고 전 시중은행 부행장이 참석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은행별 내년 가계 대출 성장 목표치를 이달중 제출하라고 지시했다. 가계대출 목표를 수립할 때 ‘영업확대’보다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라는 점도 재확인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 9월초 이미 은행별 가계대출 연간 목표치를 초과 달성했고 이후 연말까지 상향 조정한 상황”이라며 “이를 토대로 리스크 관리에 중점을 두면 가계대출 증가세가 둔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 대우조선에 대한 지원도 당부했다. 사실상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이 총대를 메고 있는 상황에서 시중은행들도 나서달라는 주문으로 읽힌다. 시중은행들은 은행별로 대우조선에 대한 대출 한도 약정을 갖고 있다. 하지만 자본잠식 상태 등을 우려, 실제 지원에 소극적인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운전자금 지원을 요청했다. 국책은행의 자본확충을 통해 기초 체력 보강이 마무리된만큼 사업을 할 자금을 제때 지원해달라는 의미다. 금융권 관계자는 “신용장 개설과 발급, 구매카드 등에 있어서 협조를 당부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이와함께 지역단위 중소 조선·해운업에 대한 협조도 요청했다. 대형 조선·해운사의 부실로 인해 중소 업체에 대한 ‘돈줄’까지 막혔다는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오는 6일 발표 예정인 ‘중소기업 위험평가’ 결과를 공유하고 주채권은행별로 강한 구조조정 조치를 취하라고 지시했다. 금감원과 채권은행들은 지난 7월부터 신용공여액이 50억원 이상인 1만9000여개의 중소기업 중 재무구조가 취약한 2030곳가량을 선정해 세부평가를 진행했다. 부실 정도에 따라 A, B, C, D 등 4등급으로 나누는데 이중 C~D등급이 구조조정 대상이다. C등급은 채권단공동관리(워크아웃)를 통한 경영 정상화를 추진하고 D등급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를 밟게 된다. 지난해 구조조정 대상 업체는 175개였는데 올해 이보다 소폭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금융당국의 메시지는 ‘원칙에 따른 구조조정 추진’이다.


회의에 참석한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주채권은행을 맡은 시중은행들이 보다 강력하게 대응하라는 주문을 받았다”고 말했다. 여신회수 등 주채권은행의 ‘무기’를 제대로 활용하라는 얘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과거 워크아웃 절차에 들어갔을 경우 자구 노력 등은커녕 채권단이 기업체에 휘둘리는 사례가 적잖았다.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명분 하에 ‘한계 기업(좀비 기업)’까지 연명하는 게 실제 중소기업 구조조정이었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내년 경제여건이 좋지 않다고 보고 한계 기업에 대한 선제 대응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가계부채 못지않게 한계기업 문제가 내년 경제의 최대 리스크 요인”이라며 “선제적이고 과감한 대응이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