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보 기사, 운전해~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서<br>'2016 미래성장동력 챌린지 퍼레이드' 를 개최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KAIST 휴보(HUBO)로봇이 운전하는 차량에 시승 하고 있다/사진=미래부

로봇이 운전하는 자동차가 국내 처음으로 도심 도로로 나와 달렸다.
3일 오후 5시 코엑스앞 영동대로. 2인승 다목적 차량에 탑승해 있던 ‘휴보’가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을 조수석에 태우고 서서히 속력을 내기 시작했다.

2호선 삼성역 방향으로 시속 10km로 50m 가량을 운전하는 코스. 휴보는 미리 입력된 노선에 맞춰 달리기 위해 운전대를 이리저리 돌리고, 차선을 바꾸기 위해 방향지시등도 켰다. 장애물이 보이면 브레이크도 밟았다. 두 팔과 두 다리로 핸들을 잡고 페달을 밟으며 인간 못지 않게 차를 능숙능란하게 다뤘다.

휴보는 카이스트(KAIST) 오준호 교수(휴머노이드로봇연구센터 소장)가 개발한 로봇이다. 지난해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이 주최한 세계재난로봇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휴보는 이날 시연을 위해 실제 도로에서 주행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모든 변수를 예측·판단할 수 있도록 프로그램됐다.

미래창조과학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3일 오후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에서 '2016 미래성장동력 챌린지 퍼레이드' 를 개최했다. 최양희 미래창조과학부 장관이 KAIST DRIBOT 로봇이 운전하는 차량을 흥미롭게 보고 있다/사진=미래부

최양희 장관이 차에서 내리자 산타 모자를 쓴 드론(무인기) 택배가 차량 가까운 곳에 착지한 뒤 ‘스마트워치’를 전달했다. 최 장관이 스마트워치를 통해 전기차를 호출하자, KAIST의 또 다른 휴머노이드 로봇인 ‘드라이봇(DRIBOT)’이 현대자동차의 소형전기차 ‘아이오닉’을 몰고 나타났다. 드라이봇은 올해초 항공기 조종시연을 선보여 이목을 끈 바 있다. 드라이봇은 최 장관을 태우고 코엑스 동문 앞까지 30m가량을 이동했다. 최 장관은 하차 후 스마트워치를 통해 자율주차 명령을 내리는 모습도 연출했다.


이날 로봇 운전 시연은 미래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개최한 ‘미래성장동력 챌린지 퍼레이드’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고경모 미래부 창조경제조정관은 “2020년 자율주행차시대 이후 인간과 로봇이 함께하는 시대가 올 것“이라며 ”지능화된 로봇의 다양한 기능 중에 하나가 차량운전이 될 것으로 예측했다”며 이번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KAIST 연구진은 “연구소나 시험주로가 아닌 도심 도로를 달린 건 이번이 처음”이라며 “시연은 대성공”이라고 말했다.

최 장관은 “로봇이 운전하는 차를 탄다고 해서 내심 걱정을 했는데 안전하게 운전이 된 것 같다”며 “여러 가지 상황에서도 적절히 대처하는 로봇 기사의 모습에서 미래 가능성을 엿볼 수 있었다”며 흡족해했다.

시연을 총괄한 오준호 교수는 “스스로 가는 자율주행차도 있지만, 미래 세상에는 로봇이 일반 차량을 운전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며 “정부가 많은 관심을 가지고 지원해 달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