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 투표 나선 이탈리아, 정치적 불확실성 커지나

머니투데이

이보라 기자

마테로 렌치 이탈리아 총리. /사진=블룸버그

유럽의 이목이 이탈리아에 쏠리고 있다. 4일(현지시간) 실시된 개헌 국민투표가 부결될 경우 발발할 수 있는 정치적 불확실성 때문이다.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는 이번 개헌안에 자신의 정치적 생명까지 내걸었지만 전망은 오히려 어둡다.

개헌이 발의된 건 비효율적인 이탈리아 의회 체제를 개선하기 위해서다. 이탈리아는 상·하원 모두의 찬성을 얻어야만 입법이 가능하다. 그렇기에 상·하원 중 한 곳의 반대로 법안이 장기표류하는 상황이 부지기수였다. 이 과정에서 법안의 내용은 지속적으로 칼질을 당해 더 복잡해지는 경우도 허다했다.

이런 행태를 타파하기 위해 개헌안은 입법권한을 하원에 집중시키는 내용을 담았다. 상원의원수는 315명에서 100명으로 대폭 줄이고 선출방식 역시 선거가 아닌 지역의회 및 시장의 추천으로 바꾼다.

문제는 개헌 불발에 따른 정치적 불확실성이다. 렌치 총리는 이번 개헌을 경제개혁까지 연결한다는 포부 아래 자신의 총리직까지 내걸었다. 하지만 최근 여론조사는 개헌 반대가 찬성보다 5%포인트가량 앞섰다. 부결로 렌치 총리가 물러나면 이탈리아는 급진 성향 정당들의 득세로 정치적 혼란이 불가피하다는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 탈퇴)에 이은 이탈렉시트(이탈리아의 유럽연합 탈퇴)까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 역시 부결 공포가 높다. 안그래도 부실한 이탈리아 금융권이 더 큰 타격에 봉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CNN머니는 렌치 총리가 사임하면 이탈리아 은행에 대한 투자자들의 엑소더스가 펼쳐질 수 있다고 전했다. 피델리티인터내셔널의 알베르토 찬데티 유럽담당 증시매니저는 "투자자들이 브렉시트와 미국 대선으로 인한 변동성을 맛보면서 개헌에 따른 변화 역시 원치 않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투표 결과에 상관없이 이탈리아 은행들의 상황이 더 어려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시티인텍스의 캐서린 브룩스 연구원은 "찬반에 상관없이 은행은 뼈를 깎는 구조조정을 단행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