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업준비·생업에… '촛불집회' 못가는 청년들

지난 3일 박근혜 대통령 퇴진를 요구하는 6차 촛불집회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렸다./사진=공동취재단

취업과 연애, 결혼과 꿈까지 포기한 'N포세대' 20대 취업 준비생들은 생업·학업을 위해 촛불집회마저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이들에겐 전국 232만명(12월3일 기준, 주최 측 추산, 경찰추산 43만명)이 운집한 박근혜 대통령 퇴진 촉구 집회도 먼 발치에 있다.

혼란스런 국정 속에 얼어붙은 올해 취업시장 탓에 청년들은 '촛불'과 '현실' 사이에서 속앓이만 했다. 발이 묶여 광장까지 나올 수 없는 청년들은 주변 친구들에게 소식을 전해 들으며 한숨만 내몰아 쉬었다.


매주 토요일 열리는 박 대통령 퇴진 촉구 시위 참여자 수는 지난 10월19일 1차 집회를 시작으로 지난 3일 6차 집회까지 전국 연인원 600만명(주최 측 추산)을 돌파했다.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는 조모씨(23)는 "되도록이면 참석하려 했는데 지난주는 편의점 아르바이트가 겹쳐서 참석하지 못했다"며 "마음 같아서는 (촛불집회에) 너무 가고 싶은데 빠질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촛불집회가 열리는) 광화문에 간 친구들이 스마트폰 채팅방에서 현장 상황을 중계해줬다"며 "힘내라고 말할 수밖에 없어서 미안하고 부러웠다"고 털어놨다. 조씨는 생활비를 충당하기 위해 1년째 알바를 하고 있다.

공무원 시험 등을 준비하는 '공시생' 등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신림동에서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는 박모씨(25)는 "행정고시 1차 시험이 두 달 앞으로 다가와 토요일 저녁마다 스터디 일정이 있어 참여가 힘들다"고 말했다. 박씨는 신림동에서 2년 넘게 공무원 시험을 준비 중이다.


고용 한파에 취업준비생 수가 올해 10월 기준 사상 최대를 경신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사실상 실업자'로 분류되는 비경제활동인구 중 취업준비자는 올해 10월 65만3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1만6000명 늘어났다.

2003년 10월 34만명이던 취업준비자는 2005년 46만30000명, 2006년 52만9000명, 2010년 61만5000명으로 증가추세다. '취업 절벽'에 내몰린 청년들은 촛불집회가 열리는 주말에도 숨 쉴 틈 없이 생업에 매달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취업준비생 김모씨(28)는 "토요일마다 면접스터디가 있고 지난주에는 중국어 자격증 시험까지 겹쳐 광장에 나가기 부담스러웠다"며 "면접이 끝나고 한숨 돌리는 다음주에는 꼭 나갈 생각"이라고 전했다.

주로 토요일에 진행되는 촛불집회에 참여하고자 평일 등으로 학업일정 등을 바꾸기도 한다. 언론사 시험 준비생 이모씨(23)는 "글쓰기 공부를 위해 매주 토요일마다 스터디를 했는데 최근 스터디 시간을 평일로 옮겼다"며 "나라를 위해 누구나 거리로 모이는 데 공부만 하고 있기엔 마음이 불편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