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금리 대혼란…美국채 더 싸도 韓국채 투매 없을 것"

미국 기준 금리 인상을 앞두고 한·미 국채 금리 역전이 심화되면서 국내 외국인 자본 이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채권 전문가들은 "아직 투매의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면서도 "내년까지 금리 변동성이 지속될 것"이라며 투자에 주의를 당부했다.


5일 국내 10년물 국고채 금리는 전거래일보다 6.8bp 하락한 2.19%를 기록했다. 지난 2일에 기록한 미국 10년물 금리 2.39%보다 0.2%p나 낮다. 금리는 채권가격에 반비례하므로 선진국인 미국 국채가 신흥국인 한국 국채보다 더 싼 것이다. 시장이 혼란스러워진데다 연말 북클로징(회계결산)을 맞아 채권 시장 거래도 뚝 끊겼다. 지난 2일 채권 거래대금은 16조2142억원으로 전월 대비 57%가 감소했다.

한·미 국채 금리 역전은 올해 장기물을 중심으로 발행하고 있었다. 미국은 지난해부터 금리 인상기에 진입한데 반해 우리나라는 지난 6월 추가 금리인하에 나섰기 때문이다. 올 12월부터 미국 기준 금리 인상 사이클이 본격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한·미 국채 금리 역전은 중장기물까지 확산되고 있다. 오창섭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현재는 만기 7년물을 기준으로 금리 역전 현상이 발생하고 있는데, 올 12월에 이어 내년 미국이 2차례 금리를 추가로 올리게 되면 금리 역전 구간은 단기물로까지 확산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내년 하반기에는 한·미 기준금리까지 역전될 가능성이 있다. 미국이 올 12월에 기준금리를 한차례 인상한 뒤 내년에 2~3차례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한다면 미국의 기준 금리는 1~1.25% 또는 1.25~1.5%가 된다. 반면 한국 기준금리는 동결될 경우 1.25%, 한차례 인하할 경우 1%다. 기준금리까지 역전된다면 국채 만기 전 구간이 역전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도 있다.

한·미 국채 금리가 역전됐을 때 가장 큰 문제는 외국인의 자금 이탈이다. 굳이 미국 채권보다 비싼 가격에 한국 국채를 살 이유가 없다. 미국 기준 금리 인상에 따라 달러가 강세(원화 약세)가 되면 외국인 투자자 입장에서는 환 손실도 떠안아야 한다. 실제로 미국 금리가 급등하기 시작한 최근 한달 동안 외국인은 원화 채권을 약 2조원 순매도해 외국인의 원화채권 보유잔액이 89조4000억원(2일 기준)으로 떨어졌다.


이를 의식해 내년에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문홍철 동부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통화 정책 흐름이 변화하고 있고 금리를 내린다고 해서 경기가 좋아진다고 볼 수 없어 내년에 기준금리를 내리지는 않은 것"이라고 말했다. 김민형 대우증권 연구원도 "국내 경제 지표 부진으로 기준 금리 인하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계속 나오겠지만 실제로 인하될 가능성은 낮다"고 판단했다.

다만 단기 투자 수요 중심으로 자금이 빠져나갔다는 점에서 아직 투매를 걱정할 수준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김민형 연구원은 "최근 국내 채권을 판 외국인은 프랭클린템플턴과 같은 단기 투자 글로벌펀드"라며 "정책에 따라 투자하는 중앙은행들이 국내 채권을 팔기 시작했을 때 채권시장이 위험해진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유재흥 AB자산운용 채권 선임 포트폴리오 매니저도 "원화 약세, 금리차 역전 등으로 투매 우려가 나오고 있지만 한국은 무역 수지 등이 양호해 투매 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미국 금리 상승 압력에 국내 금리도 당분간 상승세를 유지하겠지만 미국 기준 금리가 실제 인상된 이후에는 불확실성 해소로 국내 금리가 안정될 가능성도 있다. 김상훈 KB투자증권 연구원은 "연말 손절 물량이 나오면서 국내 금리가 급등했다"며 "미국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이후에 금리 상승세가 완화 될 것"이라고 말했다. 문 연구원도 "채권은 주식과 달리 부도만 나지 않으면 금리와 원금을 받을 수 있어 장기 투자자들은 손실 가능성이 낮다"며 "평가손을 버티는 기관투자자들이 많다면 연말까지 금리가 크게 오를 여지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