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D-1, 삼성·LG "수능 전날 같다… 마음 비워"

머니투데이

임동욱 기자

국내 굴지의 재벌그룹 총수 9명이 6일 최순실 게이트에 대한 국정조사 청문회 증인으로 출석 할 예정이다. 증인으로 출석하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허창수GS 회장(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왼쪽 위부터 시계방향.뉴스1 DB)/사진제공=뉴스1

"수능 전날 공부한다고 되는게 아니잖아요. 지금 딱 그 분위기 입니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와 관련한 국정조사 특별위원회 청문회를 하루 앞둔 5일 삼성그룹은 긴장감 속에서 '적막'이 감돌았다. '오너'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처음 참석하는 청문회를 앞두고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전반적으로 가라앉은 분위기다.

5일 삼성 관계자는 "마음을 비우고 내일을 기다리는 심정"이라고 털어놨다. 청문회의 날선 질문들이 이 부회장을 겨눌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차분하게 상황에 대처하겠다는 것.

지난 주말 그룹 컨트롤타워인 미래전략실의 일부 임원들은 출근해 상황을 점검했지만, 간부급 실무진 대부분은 출근하지 않고 휴식을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 사정에 정통한 소식통은 "이 부회장이 이번 주요 사안들에 대한 보고를 받고 사실여부 등을 파악하는데 상당한 시간을 쓴 것으로 안다"며 "청문회를 하루 앞두고 컨디션을 조절하며 예상 질문에 대한 답변 등을 스스로 재점검하는 '자습 시간'을 가졌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 부회장의 '학습 지원'을 위해 미래전략실 주요 부서 팀장들도 '비상 대기' 상태에서 업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삼성은 내부적으로 이번 청문회에서 '위증'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해 주력하는 모습이다. 이미 검찰의 수차례 압수수색과 참고인 소환 조사를 통해 축적된 '자료'와 청문회에서의 '답변'간에 조금이라도 차이가 있을 경우, 거센 공격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

오해의 소지가 없을만한 정교한 답변 외 섣부른 발언은 자칫 '화'가 될 수 있어 고민이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청문회에서 총수들이 "잘 모르겠다. 보고 받지 못했다. 자세히 알아보고 서면으로 답변 드리겠다"는 식의 답변 외 소신껏 할 수 있는 말은 거의 없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지금까지 이 부회장이 정해진 '원고' 없이 대중 앞에 선 적이 없었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난해 메르스 사태로 직접 대국민사과문을 발표한 적은 있지만, 이 부회장이 자신의 목소리를 대중 앞에 드러내는 것은 이번이 사실상 처음이다. 청문회에서의 발언 뿐 아니라 복장, 표정, 손짓 하나까지 신경이 쓰이는 형국이다. 이에 청문회장 주변에서 눈에 띄는 수준의 의전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삼성의 분위기다.

이번 청문회에서 이 부회장을 겨냥해 이번 사건과 관련이 없는 '감정적 질문'들이 쏟아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때문에 이 부회장이 명상 등 '마인드 컨트롤'을 통해 마음을 진정시키고 평정심을 유지하는 트레이닝을 받았을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6일 오전 이 부회장은 성열우 미래전략실 법무팀장 등 사내 변호사 중 한 명과 수행인 한 명을 대동하고 청문회장에 입장할 것으로 알려졌다. 평소 수행비서를 대동하지 않는 이 부회장이 이날 변호사 외 누구와 함께 입장할 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삼성전자 고위관계자는 "청문회 당일 고위 임원이 (이 부회장을) 수행할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룹의 법무, 홍보, 대관 부서의 일부 임직원들은 상당수 청문회장 근처에서 대기하며 만약의 사태 등에 대비할 계획이다.

이 부회장의 청문회 자리가 위원장 바로 앞 한 가운데로 정해졌다는 소식에 삼성은 "그럴 줄 알았다"며 착잡한 모습이었다.

LG그룹도 구본무 회장의 청문회 참석을 앞두고 긴장을 늦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다른 그룹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한 편이지만, 예상치 못한 질문 가능성 등을 염두에 두고 대비하는 움직임이다. 구 회장도 사내 변호사 한 명 및 수행비서와 함께 청문회에 참석할 것으로 알려졌다. 구 회장의 청문회 자리는 가장 바깥쪽에 자리잡은 손경식 CJ 회장 바로 옆자리로, 왼쪽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이다.

LG 관계자는 "어떤 기준으로 자리가 정해졌는지 알지 못해 (자리 배치와 관련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청문회 당일에는 대외업무 담당 임직원들이 현장을 지키며 만약에 대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