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언론 "한국인은 어떻게 매번 촛불집회를 하나" 관심

지난 3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의 하야를 촉구하는 제6차 민중총궐기 대회가 서울 광화문 일대에서 열린 가운데 저녁 7시에 정부에 항의하는 소등행사가 진행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국민일보 이병주 기자

박근혜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6번째 촛불집회가 사상 최대규모로 열린 가운데 중국 언론들도 잇단 촛불집회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중국 언론은 이전까지 촛불집회와 관련해 팩트 전달에 중점을 둬왔다. 하지만 일부 언론은 일련의 대규모 집회가 가능한 한국인의 기질에 대해 밝히는가 하면 이번 사태를 통해 중국이 한국에 대한 영향력을 높여야 한다는 민감한 내용도 내놓고 있다.


5일 중국 항저우르바오는 “한국 민중이 서울 도심에서 다시 6번째 대규모 촛불집회를 열었다”며 “(한국 민중이)박근혜 대통령의 즉각 퇴진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신문은 “많은 집회 참가자가 박 대통령이 퇴임 절차를 국회로 넘긴 것에 불만을 드러냈다”고 전하기도 했다.

중국 유력 일간지 신징바오는 이날 어떻게 매번 대규모 촛불집회가 가능한지 한국인의 성향을 분석한 특별 기고를 게재했다. 연세대 중국연구원 소속 진카이 전문연구원이 쓴 이 기고는 “한국인은 공인이 말 실수를 하거나 법률을 위반할 경우 전 사회가 집단적으로 이를 규탄한다”며 “정치인이나 연예인에 대해서는 이런 경향이 더 뚜렷하다”고 밝혔다. 진 연구원은 과거 병역 기피로 입국 금지 조치가 풀리지 않은 가수 유승준이나 2014년 ‘50억 협박 스캔들’ 당시 배우 이병헌에 대한 여론이 좋지 않았던 것을 사례로 제시했다.

진 연구원은 “한국인은 ‘우리나라’ ‘우리 동네’ ‘우리 회사’ 등 우리라는 공동체를 지키려는 기질이 강하다”며 “몇몇 소수가 이같은 우리라는 개념을 더럽히거나 집단이익에 손해를 주는 것을 참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남북 거리가 500km 정도로 국토면적이 작아 단기간에 소문이 퍼지는 것과 인터넷 발달도 집단의식이 강해지는 배경으로 꼽았다.

일부 관영언론은 이번 한국 상황을 중국의 영향력을 높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까지 내놓았다. 중궈왕은 최근 잔하오라는 필명의 전문가 칼럼을 통해 “미국에 비해 중국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력은 아직까지 외부적인 영향에 그치고 있다”며 “이는 미국이 (한국에) 내부적으로 영향을 주는 것과 다른 개념”이라고 밝혔다.


중궈왕은 “사드가 정말 한국에 배치된다면 한국 정치권에서 또다른 논쟁이 벌어질 수 있다”며 “중국이 일련의 조치를 통해 한국에 압력을 넣는다면 이것은 한국에서 논쟁의 원동력으로 바뀔 수 있다”고 주장했다. 중궈왕은 “중국은 비록 다른 국가 내정에 직접적으로 간섭할 수 없지만 필요한 정책을 강구해 다른 국가에 중대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런가 하면 박 대통령이 물러난 이후 후임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따라 사드 문제가 달라질 수 있다는 보도도 엿보인다. 한 투자관련 매체는 “박 대통령이 물러나고 후임 대통령으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선정된다면 사드는 계속 추진될 것”이라며 “그러나 야당 후보 중에 후임 대통령이 뽑힌다면 남북관계 등 여러 문제를 고려해 (사드 배치) 상황이 바뀔 수 있다”고 전했다.

중국 언론의 보도가 잇따르면서 중국 네티즌도 촛불집회에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한 네티즌은 “한국인은 스스로 이명박 대통령을 뽑아놓고 하야하라고 했고, 박근혜 대통령도 뽑아놓고 하야하라고 한다”며 “자기들이 직접 뽑은 대통령을 어떻게 욕하냐”고 반문했다. 그러자 또다른 네티즌은 “직접 스스로 뽑았기 때문에 욕할 수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중국 외교부는 박 대통령을 둘러싼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해 한국의 내정이라며 거리를 두고 있다. 중국 외교부 겅솽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정례브리핑에서 박 대통령의 3차 대국민담화에 대한 중국의 입장을 요구받자 “나는 이것이 한국의 내부사무(내정)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는 당시 “한국인들이 관련 문제를 적절하게 잘 처리할 수 있는 지혜와 능력이 있다고 믿는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