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 전 오늘… 태안 앞바다에 검은 눈물이 번지다

2007년 12월 기름 누출사고 후 태안 신두리 해변에서 발견된 겨울철새 뿔논병아리. 온 몸에 기름을 뒤집어 썼다./사진=머니투데이DB

2007년 12월7일 오전 7시15분 충남 태안군 만리포에서 10km 떨어진 해상에서 정박 중이던 홍콩선적 14만6848t급 유조선 '허베이 스피리트'와 해상 크레인(3000t급)을 실은 삼성중공업 소속 1만1800t급 부선(자체 동력이 없는 선박)이 충돌했다.


예인선단 2척은 삼성중공업의 해상 크레인을 쇠줄로 묶어 인천에서 거제도로 예인하던 중이었다. 이때 지탱하던 쇠줄이 끊어지면서 부선이 떠내려가 정박 중이던 유조선과 충돌한 것.

이 사고로 유조선의 왼쪽 오일탱크 3곳에 구멍이 나 원유 1만500t이 바다로 흘러나왔다. 이는 1997년 이후 10년 동안 사고로 바다에 유출된 기름을 합친 양(1만234㎘)보다 많은 규모다.

최악의 해상 기름 유출 사고였다. 유출된 원유는 조류를 타고 태안군 일대 가두리 양식장과 갯벌로 퍼졌다.

이 와중에 해양경찰청과 해양수산부는 겨울이라 기름의 확산 속도가 느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하지만 기름은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서해안으로 흘러들어갔다. 해경과 소방방재청 충남도 태안군 등 관련기관은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빗나간 예측과 전문성 부족, 지휘체계의 혼선 등은 더욱 피해를 키웠다. 120만명의 자원봉사자가 힘을 모았지만 어업으로 생계를 꾸리던 지역민들은 심각한 물질·정신적 피해를 입었다.

태안군의 경우 인구 6만5000명 중 75%가 어업 종사자였다. 원유 유출로 바닷물이 혼탁해지고 용존 산소량(물속에 포함된 산소량)이 줄면서 인근 양식장의 굴이나 김, 바지락 등 어패류가 대량으로 폐사했다. 특히 호미나 갈고리로 바닥을 긁어 조개류를 잡는 '맨손어업' 어민 1만명(등록어민 기준)의 피해가 가장 심각했다.

결국 사건 직후인 이듬해 1월 태안에서 굴 양식업을 하던 이모씨 등 주민 3명이 생계를 비관해 자살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2009년 2월에는 전복양식 피해자단체 대표 성모씨까지 모두 4명이 자살했다.

유족들은 국가와 삼성중공업 등을 상대로 위자료 청구소송을 냈지만 소송을 제기할 때 납부해야 하는 730여만원의 인지대를 마련하지 못해 소장이 각하됐다.

당시 조개류는 5년 이상 지나야 회복되고 전체적으로는 적어도 10년은 지나야 지역이 회복 단계에 접어들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20년이 지나면 원상복귀될 수 있지만 피해 범위가 넓고 집중된 지역은 회복이 불가능할 수도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었다.

태안 앞바다에서 기름 유출 사건이 발생한 지 9년. 최근 그곳에선 토종 고래인 상괭이 100마리 이상이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멸종위기종인 상괭이가 태안 앞바다에서 확인된 건 태안반도가 기름 유출 사고에서 회복되고 있다는 뜻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