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점 심사위원 선정 공정성 부족"…심사 의혹 증폭

일부 대기업이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을 위해 K스포츠·미르재단에 '뇌물성'으로 거액을 출연했다는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지난해 두 차례 이뤄진 특허 심사 과정의 심사위원 선정이 공정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정부는 투명성 논란에도 이달 중순 예정대로 신규 사업자를 선정해 발표할 방침이지만 심사위원 공정성 논란까지 일면서 특허 심사를 둘러싼 의혹이 더욱 증폭되고 있다.

6일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7월 발표된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사업자 선정에 참여한 특허심사위원 12명 중 정부위원 4명은 관세청(2명), 문화체육관광부(1명), 중소기업청(1명) 등 정부 부처 소속인 것으로 나타났다. 8명의 민간 심사위원은 학계에서만 5명이 참여 했다.

지난해 11월 이뤄진 특허 만료 면세점 후속 사업자 심사에서는 14명의 심사위원 중 정부위원이 5명으로 역시 관세청 2명, 문화체육관광부 1명 등이 참여했다. 9명의 민간심사위원 중에는 특정 대학에서 2명이 위원으로 선정됐다.

면세점 특허심사위원회는 관세법령에 따라 관세청 차장을 당연직 위원장으로 과반수의 민간위원을 포함해 15명 이내로 구성된다. 관세청은 교수·연구원·전문자격사·시민단체 활동가 등 전문가 1000명으로 구성된 후보자 풀(pool)에서 전산 프로그램으로 무작위 선정한다.

관세청은 규정에 따라 위원을 선정했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입김이 작용할 부처 인사들이 많고, 변호사나 회계사 등 전문직 민간위원이 전무해 심사위원 구성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특히 주무부처인 관세청 인사가 2명씩 잇따라 위원을 맡고, 박근혜 대통령 비선실세 최순실씨 측근 인사들이 개입했던 문화체육관광부 소속 인사와 문체부 산하 문화관광연구원 인사도 포함돼 논란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밖에 전문성이 부족한 학계 인사나 시민단체 인사가 적지 않고, 입찰 업체에서 과거 오랫동안 근무한 인사가 포함됐다는 문제점도 지적됐다.

한 면세점 관계자는 "정부 쪽 인사 비중이 높아 시장 논리보다 정부 판단에 따라 사업자가 선정될 가능성이 높다"며 "심사위원별 점수 공개 등 투명성을 높일 방안을 계속 요구해왔는데 정부가 수용하지 않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 다른 면세점 업체 관계자는 "입찰에 참여하는 기업들은 심사위원 선정에 일체 개입하지 못하고, 심사 이후에도 심사위원들이 누군지 알지 못한다"며 "이번에 드러난 심사위원의 편향성, 주관성 등 문제점이 반드시 해소돼야 추가 사업자 선정의 공정성이 담보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 면세점 업체들은 관세청이 심사위원들의 명단과 점수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세청도 이 같은 요구를 감안해 심사 후 선정된 사업자의 평가 총점을 공개키로 했으며 최근 정치권 요구에 따라 심사위원 명단 공개도 검토 중이다. 관세청 관계자는 "사업자 평가 총점 공개 외에 입찰 업체들의 사외이사 명단을 확보해 이해관계 개입 가능성도 차단했다"며 "투명성 강화 노력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말했다.